박중훈.
내 유년에 많이 웃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배우이다.
'국민배우'란 호칭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받아온 그이지만
영화 '라디오스타'를 보고 나는 그게게 그의 가슴이 아플지도 모를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다.
차례를 지내고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찾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웹사이트에서 본 '안성기에 바치는 영화'란 타이들이 어울리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과거 잘나가던 가수와 그의 매니저가 돈이 궁해서 지방 어느 곳(강원도 영월)의
지역방송국에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잘나가던 가수'란 설정은 꼭 박중훈의 오늘을 말해주는 듯 했다.
박중훈 그를 빼고는 한국영화판에서 희극영화를 말할 수 없을 때가 불과 몇년전인데
몇번의 흥행 실패 이후에 그는 이미 제작자들의 캐스팅 목록에서 밀려나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미 한국영화들의 희극장르는 넘쳐나는 조폭들과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모를 정도의 바보들이
나오는 정말 질 떨어지는 작품들이 판을 점령해 버려서 일 수도 있겠지만,
배우 박중훈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꽤나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인터뷰에서 "많은 코믹영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극장르의
영화를 하는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라디오 스타]를 보면서 거의 영화가 끝날 때 까지도 나는 [박중훈이란 배우가 정극을 하지 못하는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정말 영화를 찍을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찍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영화속의 그는 너무 굳어 있었다.
그의 연기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마치 어머니의 꾸지람을 듣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극중에서 [최곤]이란 인물은 분명 유쾌한 성격의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극의 후반부 라디오 방송이 인기를 끌고 주변인물들에 의해서 감정이 풍부해지면서
그,[최곤]의 성격은 분명 변해야만 했다. 그에 따라서 박중훈의 연기도 변해야만 했다.
그러나 박중훈의 얼굴에서 변화를 찾아보기는 정말 어려웠다.
여전히 굳어있고 인생이 피곤하다는 얼굴이었다.
왜...
그에 반해 안성기의 연기는 여느 영화에서 보야준 것과 같이 안정감있고 극에 리듬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내 눈에는 영화 내내 안성기는 [한물간 가수 최곤의 매니저로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슬럼프에 빠진 배우 박중훈의 선배로서 진심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오랜 세월 충무로에서 함께 했던 후배가 힘을 되찾아 좋은 연기하는 것으 보고 싶어하는 노배우가 되어가는
안성기의 그런 진심같은 것이 느껴졌다.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냥 서두르지 않고 따스한 눈길로 박중훈의 열린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것이 아름다웠다.
나는 두 배우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지 않다.
두 사람 다 그런 칭찬을 받을 만한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박중훈이란 배우의 기대이하의 연기에는 칭찬해주고 싶지 않다.
개봉전 시시회에서 영화를 보고 찬사를 보낸 수준 낮은 눈을 가진 영화관계자들에게도
불쾌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그들의 평에 내가 [낚였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에게 야속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라디오 스타] 정도의 영화는
우리 영화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왕의 남자'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이준익 감독은 새영화가 나름대로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 박중훈에 대한 이감독의 평가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배우 안성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의 뜻이 배우 박중훈의 가슴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어 주어서 두분이 웃으며 연기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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