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영화잡지를 즐겨 읽는다. 지하철에서 심심하다보니..
영화잡지를 뒤적이며 읽어본 결과 올 추석에 보고싶은 영화가 딱 두편이다.
"타짜"와 "라디오 스타"
제일 먼저 "범죄의 재구성"을 워낙 재밌게 본 터라 타짜를 보고싶었다.
하지만 타짜는 영화표가 없어서 차선책인 "라디오 스타"를 봤다.
이 영화에서는 크게 두 인물이 나온다.
최곤 역의 박중훈과 그의 20년지기 매니저 민수 역의 안성기..
너무나 많이 봐왔고 익숙한 콤비이자 검증된 호홉을 자랑하는 배우들이다.
시작은 간단하다. 88년 가수왕이지만 지금은 한물 간, 영화 속의의 라디오PD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물 간 "쓰레기" 최곤과 88년 이 후 무너져가는 최곤을 위해 가정도 버리고 동료들에게 빚져가며 최곤을 지켜내는 민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88년 가수왕 최곤"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존심 세고 남 생각 전혀 할 줄 모르는 "최곤"이 역시나 사고를 내고 라디오 방송국 영월지부로 DJ로 쫓겨나듯이 가게된다.
그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가게된 영월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이 등장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영월이라는 공간을 상당히 정감있고 너무도 작아서 한달이면 동네 사람들 다 알거같은 곳으로 묘사되고 이 작은 공간에서 영월주민들과 소통한다.
그 소통의 방식이 영화의 참재미다.
88년 가수왕 최곤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억지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하고 라디오 방송을 땜질하기 위해 주민들을 게스트로 세우면서 우연히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소통하기 시작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 소통방식이다.
최곤과 그들(영월주민)은 방송 이 외에서는 거의 말 한마디 안한다. 귀찮다는 듯이 사인만 해주고 인사조차 안한다. 즉, 어쩔수 없이 떠안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만 소통한다. 그 방송에서만 진짜 최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점은 그 라디오 방송에 출현하는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를 찾으려 하고 사랑한다고 외친다."
다방 김양도 꽃집 총각도 순대집 꼬마도 방송에 사연을 보내거나 직접 출현하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애절하게 사랑한다고 외친다.
그 중간다리 역활을 하는 최곤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을 도와준다.
오직 방송에서만 진정한 그를 보여준다. 방송 끝나면 "88년도 가수왕 최곤"으로 돌아온다.
혼자서는 담배도 못 피는 여전히 자기만 아는 88년도 가수왕 최곤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극 중후반부터 매니저 민수의 고뇌가 시작되고 최곤과 갈등이 생긴다(영화 내용은 최대한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민수는 떠나간다.
그리고 최곤은 방송을 통해서 다른 등장인물들이 그랬던 것 처럼 "누군가를 찾고 사랑한다고 외친다." 영월주민들의 사연처럼 그도 애절하게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영월주민들에게 정감이 가고 최곤에게 공감하고 민수의 헌신에 감동한다.
그리고 나도 내 옆에 있던 소중한 누군가를 붙잩고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어진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문득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글이 두서가 없다.
아직 망설이는 사람에게 한마디 말로 영화를 추천하자면..
"웃다가 울다가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ps. 10대 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가 자극적인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담백하게 흐르고 80년대 후반의 문화와 라디오 방송의 정감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하지만 20대 이상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80년대 문화, 라디오 방송 같은 것에 대한 아무런 추억이 없어도 분명 당신곁에 소중한 사람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공감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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