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햄릿"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야연>은 <쿵푸허슬>에 출연하기도 했던, 한국에서 원화평(펑 샤오강)으로 잘 알려진 감독이 연출을 하였으며, 이제 전 세계적인 여배우로 성장한 장쯔이가 주연을 맡았기에 더욱더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기도 한 영화이다. 총 제작비만 200억이 들어간 영화이기에 중국의 인력 동원을 생각했을때 상당히 규모가 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당나라 멸망 후 찾아온 5대 10국 시대를 다루고 있다.이 시대는 907년 당이 망하면서 절도사들이 각 주에서 서로 황제를 내세우며 약 70년간의 혼란기가 계속 된다. 이러한 혼란기에 권력의 이동과 암암리한 권모술술가 판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혼란한 난세에 아들의 연인인 완(장쯔이)을 강제로 빼앗아 결혼한 황제가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황제의 죽음은 완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동생 리(유 게)에 의한 것인데...
영화 <야연>의 비주얼적인면은 최고라고 할만큼 확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미 이전에 충분히 검증 받았던 영화들속의 여러가지 장면들을 오마주처럼 보여준다. 이런 오마주의 모습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색다른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특히 이런 비주얼적인면에다가 영화속에 나오는 각 캐릭터들은 확실한 색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장단점이 존재하는 영화 캐릭터들은 결국 영화적 비주얼적인면과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비주얼적인면을 다시 언급하자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스케일이 스크린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 위에 다른 영화에서 본 멋진 장면들을 오마주하여 다시 재 탄생시킨 액션씬은 가히 최고의 백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아름다운 장면중에 하나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캐릭터와 딱 들어맞으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끌어올려주고 있다는 것 역시 분명 장점중에 하나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영화 <야연>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치명적인 약점도 지니고 있다. 영화가 이미 외국 영화제를 겨냥해서 만들었다고 생각될만큼 비주얼적인면에 집착하면서 영화 스토리 자체는 너무나 단순해져 버렸다. 물론 엄청난 스케일과 비주얼적인 면으로 좌중을 압도할 수 있겠지만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이 영화를 냉정하게 평가하면 겉 모습은 아름답지만 속은 빈 절반짜리 영화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 소지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영화의 화려한 비주얼만큼이나 어울려주지 못한 스토리 라인은 두고 두고 이 영화의 발목을 잡는 한가지 결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거대한 스케일과 아름다운 장면에 눈이 돌아가게 되겠지만,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찾아오는 공허함은 결국 이 영화가 가지는 약점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팬들의 의견은 양분될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영화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족을 덧 붙이자면 중국 1,2세대 감독들 영화와 비교해봐도 규모가 커진 만큼 영화적으로 발전했다고는 할 수 없는게 최근 중국 감독들의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P.S 비주얼적인면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중국 감독들은 이전 1,2세대가 보여주던 중국 영화의 힘은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