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영화는 상당한 압축미를 살려 짧은 장면들과 두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얘기하고 공감하고 또 해소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었다.
이전의 파이란에서처럼 감독은 어떤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기
보다는 영화 속에서 묵묵히 상황 전개나 대화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주어 마지막 순간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조용히 달려가는 방식을 운영했는데..
중년 연기자들의 탄탄한 뒷받침에 힘입어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스타들의 연기도 괜찮은데다, 짧은 플롯들이 이어져 상황에 대한
파악이 빨라서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에는 참 좋았던 것 같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여러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이나영씨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상황상 조금 나이가 더 있으신 분이 했으면
더 현실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한달여의 짧은
만남, 목요일의 그들만의 행복한 시간들이라는 테마는 좋았으나,
과연 그 짧은 시간동안에 서로에게 그만큼의 공감을 느끼고
자기의 묵은 감정들을 다 들어내고 사랑하기까지 발전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었다.
물론 통하는 사람들끼리는 하루만 만나도 몇년을 만난 듯 감정이
통한다지만 영화속 장치들로 봐서는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기에도
벅찬 시간들이라 그냥 서로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너무나 상대적인
환경의 사람들간에도 이런 아픔의 공통점이 있구나 하는 정도를
알고 둘의 이별이 이루어지는게 좀 더 받아들이기에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나자신도 센티맨털하기로 소문났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감정이 메마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속에서는 심금을 울릴만한 장면을 별로 찾질 못했고
오히려 극장에서 훌쩍이시는 분들은 진짜 감동일까 아님
주인공인 배우들 자체에만 몰입한걸까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유일하게 마지막 강동원의 죽음부분은
충분히 슬픔을 끌어올린 눈물겹고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그 중간 과정에서 강동원의 대사처럼 연수의 그 지랄같던 삶의
흔적도 별로 많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이나영의 어머니에 대한
미움도 이해는 가지만, 품어야 할 증오를 다른 곳에다 맺고
있었다는게 어색했기에 슬픈장면이지만 눈물까지는 안 나왔다.
그런 모든 것들을 두 남녀가 대화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앙금을 씻고
슬프지만 나름의 미래(연수 - 죽음 / 유정 - 용서)로 나아간 것은
많은 영화들처럼 매끄러운 상처의 봉합이었지만
일련의 과정들이 덜 매끄럽고 이해가 덜가는 부분이 많아선지
마음에 확 와 닿는 감동은 없다는게 좀그랬고....
전체적으로 한국판 '데드맨 워킹' 이라고 봐도 좋을만한
영화였지만,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만족스러운
진행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의 감동이나 제도적 모순들에 대한
재고를 주지못한것이 제일 아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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