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등장시킨 영화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감동이었다.
말을 할 줄 모르기때문에 늘 둘러싼 주변의 상황이 극적이며, 어슬픈 사람의 연기보다 동물의 말없는 표정과 동작, 설정된 상황이 훨씬 더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동물을 주제로 한 만화영화 프란더즈의 개를 보고 엉엉우는 나로서는
그래서 동물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감동할 준비 완료...
각설탕에 대한 호평이 많아 단단히 감동먹을 준비를 한채 보았는데
어쩔까나,.. 내 눈은 눈물을 맺지 않았다.
그냥... 좀 슬프긴 했지만..
왠지 오버하는 느낌이 나의 감동을 좀먹었다.
결국 각설탕은 나를 설득시키는데 실패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영화가 이런 주제로 이런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수 있다는데
무조건 지지하는 바이지만,
영화가 그려낸 대립구도, 지독한 악인과 말할 나위없는 선인의 양자구도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현실에선 그렇게 완벽한 잡놈과 의심할바 없는 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만나지 않는다. 늘 유유상종하기 때문에..
경마장이란 물이 그렇고 그런 악인이 활개치는 비정한 공간이라면
거기에는 결코 순백의 선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슬픈 극단적 대립구도는 전체 구도를 유치하게 하고
배우의 연기까지 얄팍하게 한다. 그리고 억지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경마라는 전문영역을 손댄 귀한 영화이다.
그러면,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 다른 삶의 내면을 훔쳐다보면서 하나둘 세상에 대해 배우는 맛도 귀한 것이라고 한다면
각설탕은 경마장 주변을 둘러싼 세계와, 말이란 동물이 가지는 내면의 세계에 대해
좀더 친절하고 차분히 조단조단 아르켜주는 것이 필요했다.
경마장의 기수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진대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말에대해 제대로 배우기를 원했고, 경마, 기수 등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러나 이 영화를 지배하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신파로 흐르면서
영화는 겨우 선택한 귀한 소재를 수박 겉핧기로 배경 정도로만 처리해버림으로서
전문영역의 영화소재를 너무나 가볍게 만들어버렸고,
영화 전체의 깊이를 얕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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