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랑의 연줄을 따라가면서 가슴을 친 것은
애증의 변주곡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연대’와 ‘공존’이었다.
전운이 드리워진 우울한 유럽.
사랑은 욕망이기보다는 외롭고 불안한 이들을 서로 엮어주고 기대하게 해주는 끈으로 작용한다.
일로나와 안드라스가 자보와 손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것이
고용주와 고용인의 계약관계 때문으로 보이지 않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유태인 자보가 수용소로 끌려갈 위기에 닥치자 자기 몸을 한스에게 내주는 일로나의 행동도
바로 이러한 ‘연대’를 위함이다.
권력을 쥔 한스는 그들의 연대를 깨어버리지만,
그가 궁극의 행복을 거머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종일관 한스의 눈빛에 흐르는 불안한 떨림은
남을 상처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반증한다.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냐고? 대답은 내 능력밖에 있다.
하지만 불행을자초한 것이 인간과 인간을 규율 짓는 사회상의 합작이라면,
그 역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