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먹고 싶은게 따뜻한 밥이다.
여행중 보기좋고 기름진 음식들을 많이 먹지만 배는 부른게 아니라 더부룩하고 허기가 진다.
그럴땐 밥이 최고다. 방금 지어 따뜻하고 윤기가 흐르는 밥을 먹으면 뱃속이 이내 든든하고 온기가 돈다. 같이 여행같던 조카가 처음에는 집에가면 "양념치킨", "짜장면", "삼겹살" 같은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엄마가 해주는 하얀 쌀밥"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했다. 실제로 조카는 집으로 돌아온 후 하루에 밥 두세그릇과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김치를 한끼에 거의 한폭씩 먹어 치웠다고 한다.
"집으로"는 밥같은 영화다.
"집으로"는 할머니가 있는 사람이라면 경험했거나 경험했을 법한 평범한 내용을 담는다.
보여지는 풍경도 그렇다. 시골가면 지금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특수효과나 카메라의 기교 같은건 없다고 치더라도 탄성을 지를만큼 아름다운 자연도 비추어지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산길, 빨래줄 위에 걸려있는 하늘, 사람만 보면 달려드는 "미친 소", 버스에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박장대소하는 시골 아줌마, 아저씨들. 뙤약볕아래서 한참을 기다려야 오는 완행 버스.
그런데 그게 바로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텔레비전의 맛집 기행에는 절대 나오지 않을, 하지만 특별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특별한" 밥처럼 온기와 포만감을 준다.
"양념"으로 뒤범벅이 된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라는 작품을 본 직후라서 더욱 대조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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