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를 꿈꿔본 남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남자를 접대하는 여성보다도 여성을 접대하는 남성이 비굴해보이는 것은 남존여비사상에 길들여진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면박을 피할 길이 없더라도 그것이 안되보임과 동시에 눈살찌푸려짐은 사실이다. 남자답지 못한 일이라는 고정관념. 그리고 오랫동안 길들여진 전통적 편견에서 비롯된 강박관념이 뒤엉켜 그네들의 생존 방식에 지독한 모욕을 던져줘도 무방할 것만 같다.
꿈은 누구나 지닌다. 다만 그것을 이루느냐는 본인의 책임이다. 얼마든지 꿈꿀 수 있는 것은 본인의 권리라 할지라도 그것을 책임지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또한 어떤 꿈을 품느냐는 본인의 권리다. 그 이상에 대한 행위적 결과물이 실질적으로 타인에게 해가 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7명의 사내가 있다. 이 젊은 사내들은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쓴맛을 보고 한자리에 모였다. 호스트가 되기 위해서. 사실 이런 설정은 조악하다. 세계를 누비는 거리공연가를 꿈꾸지만 실력이 부족한 료헤이(오구리 슌 역)나 실업 농구팀 선수였으나 팀이 해체된 나오토(마쓰오 도시노부 역)와 케이타(모리모토 료지 역), 자신의 레스토랑을 마련하고픈 텟페이(히라야마 히로유키 역), 동료의 횡령죄를 뒤집어쓰고 은행에서 실직된 마사히코(키리시마 유우스케 역), 친구들을 끌어모아 세운 벤처기업을 도산시킨 유우키(스가 타카마사 역), 아내와 자식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신타로(카츄라야마 신고 역)까지. 이 7명의 사내들은 각자 자신의 좌절담을 안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인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들의 만남은 순조로운 것이 없다. 그들을 호스트로 키워주겠다며 보증금까지 받았던 점장은 도망가버린 뒤. 절망하는 그들에게 클럽의 주인인 카타기리(하라다 요시오 역)의 손녀인 치카(나루미 리코 역)는 호스트 클럽을 함께 해보라며 권유하고 그들을 설득시킨다.
이 영화는 7명의 사내와 1명의 소녀를 배치시키며 백설공주의 이미지를 설정한다. 노골적으로 소녀는 7명의 사내를 난장이라고 명칭하고 자신을 백설공주라고 자칭한다. 물론 동화속과 상황은 다르다. 백설공주가 찾아간 난장이의 집 대신 호스트들이 찾아간 백설공주의 집인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백설공주를 돌본다.
사실 이 영화는 그리 매끄럽지 않다. 물론 곳곳에 배치된 웃음의 묘미가 나름대로 발랄한 매력으로 어필되지만 떄론 그런 웃음의 구도이외에 웃음이 터지는 당황스러움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것은 호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몰이해와 영화속에서 연출되는 상황 자체의 부자연스러움에서 기인한다.
영화에서 7명의 사내는 각자 사연을 지니지만 그들이 과연 호스트의 길을 접어들어야 할 정도로 각박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충분히 심어주지 못한다. 단지 관객의 눈에 보여지는 상황에 대한 연출만이 존재할 뿐 충분한 감성적 이해까지 다가가지는 못한다. 덕분에 영화의 중심에 서 있어야 할 법한 호스트라는 이색적 직업에 대한 어필력은 간과된다. 직업적인 이해도가 떨어지는만큼 그들의 상황 역시 겉돌게 느껴진다. -특히 그 어리숙한 초짜 호스트들이 후반부에 그리도 능숙하게 칵테일 쇼를 펼치는 모습은 너무나도 비설정적이다. 며칠새에 그정도의 실력이라니! 그게 벼락치기가 통하는 일인가!- 그리고 그들이 상황적 공감대만으로 하나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설정도 지극히 극적일 뿐 현실적인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단지 현실에서 공감되지 못하는 영화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특히나 결말부의 어물쩡한 수습은 가장 큰 아쉬움인데 마치 그들의 짧은 경험을 추억담으로 포장해버리는 것은 이영화가 취하는 결정적 실수다. 실패를 밑천으로 성장한다는 구체적 밑그림이 아닌 실패했지만 즐거웠다란 식의 무책임한 미화를 들이미는 영화의 태도는 달갑지 않은 면이다.
이 영화는 유쾌한 젊음의 발랄한 추억담이아고 정의내리기에는 어정쩡한 구석이 많다. 나름대로 진지한 척하지만 폼잡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개인적인 사연들은 그 폐부를 찌르지 못하고 겉돈다. 애초에 호스트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던 그들이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그 순간까지의 여정담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간과되고 길거리에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나 호스트로써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는것이 같다고 말하는 료헤이의 깨달음은 경험이 거세된 비근거적 빌언이다.
호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시선은 무디고 삶에 대한 진솔함은 어정쩡한 상황 연출에서 비롯되는 해프닝같은 웃음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결국 이 작품은 어설픈 희극담에 머무르며 청춘을 고민조차 무색한 실없음으로 전락시킨다. 물론 그 희극담에 도취되거나 7명의 꽃미남에 만족한다면 그나마 영화는 볼만할지도 모른다.
"스윙걸즈" 소녀들의 유쾌발랄함은 적어도 그들의 삶에 음악이 의미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에 그녀들의 추억에 대한 근거를 지닌다. 그러나 "워터스"의 청년들이 지니는 마지막 웃음은 도무지 어떠한 의미도 남지 않는다. 시간이 충분히 흐르기도 전에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큰 실패였다. 그래도 추억이었다고 말하기에 영화는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건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없지 않는가. 그들은 결국 다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고민으로 빠져들 것이다. 어째서 영화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것이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간과하는 추억에 대한 몰이해적 시선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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