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TV 드라마 학교에서 약간 양아치 스러운 모습으로 나왔던 임수정을 보고...
"오~~ 저 배우.. 매력있는데...."라고 했던 말 한마디 때문에...
요즘도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찍은 배우는 큰다니깐.." 이러면서 농담도 가끔 해봅니다.
어쨌든, 원래 안 보던 드라마를 우연히 보다가.. 그 매력을 봤던 만큼
개인적으로 임수정이란 배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동안 그의 연기 이력을 봤을 때, 실망스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참..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설탕... 매우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스포츠 영화나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대체로 뻔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뻔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스포츠를.. 또는 동물의 움직임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해 냈는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주인공과 동물의 호흡...
그리고 동물의 연기력이 흥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여집니다.
이 점에서 '각설탕'은 사실상 한국 최초의 동물영화이면서 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정말 영화 보고 나자마자 처음에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란 생각이 떠올랐을만큼...
천둥의 연기력은 정말 발군이었습니다..
헐리우드처럼 전문적인 동물 연기자를 교육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가끔 '드리머'와 비교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감동이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마주와 말이라는 간적접 관계보다는 기수와 말이라는 직접적 관계를 그린 각설탕이 훨씬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리고 드리머의 말은 특별히 연기랄 것도 없었구요...
이 영화에서 임수정 씨는 2번 정도 격렬한 감정을 표출합니다.
첫째는 천둥이를 팔았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어느 미친년이 동생 팔아 대학간대!!!"...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항구로 달려가는데... 그 대사 너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두번째로는 박길수인가요? 나이든 동료 기수가 김조교사의 계략으로 출전했다가 말에서 낙마한 직후..
남자 샤워실로 들어가 채찍으로 철이를 치며 "그렇게 이기는 게 좋아"라며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계속해서 재찍으로 천둥을 내리치며 이기고 싶어 안달을 내죠..
마지막 경주.... 쓰러진 천둥의 숨소리는 너무 애닮았습니다..
만약 극장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다면..
엄청 눈물 흘렸을 것 같습니다...
(꼴에 남자라고... 극장에서 눈물 안 보이려고 무던한 노력을 기울였지요...)
정리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보니깐.. 얘기가 이리저리 제가 봐도 혼동스럽군요..
암튼... 너무 감동적이고 재밌게 보긴 했지만...
천둥의 수술을 거부하는 그 몸짓 하나로...
뻔히 죽을 것이 뻔한 경주에 내보내야 했는지..
혹시, 시간에 맞추려다보니... 편집작업에서 좀 더 많은 얘기들이 잘려나간 건 아닌지 안타깝더군요..
"어느 미친년이 동생 죽여 우승하고 싶어!!"하고 소리지르는 누나의 모습이 좀 더 감동을 줄 수 있었던건 아닌지..
'Car'라는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더불어 사는 삶..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삶의 철학.. 그리고 느림의 미학이 단지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스스로 우승을 포기하는 라이트닝.. 그래서 더 감동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선한 편(우리편.. 임수정 편)이 악한 편을 비난했던 이유가 이기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었는데,
영화의 결론이 선한 편도 악한 편을 누르기 위해 결국 아픈 동생까지 희생시키는 모습에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인물의 구도를 무조건 선한 편과 악한 편으로 나눈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만은...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고 싶었다면, 더 처참히 무너 뜨리든가.. 아니면.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던 건 아닌가 싶더군요...
기껏해야 그랑프리배 우승 한 번 놓친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거기에 아픈 동생을 출전시켜 죽게 하다니요...
영화 중간에 파랑새를 타고 경주를 하다.. 파랑새의 다리 상태가 걱정이 돼서...
경주를 포기한.. 시은의 마음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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