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광대"의 이야기이다. 드라마나 TV에서 늘 보아오던 사극을 보면 "광대"는 한낱 천민에 불과하며 단순히 웃기고 놀기만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천민에 불과한 "광대"가 감히 양반의 얼굴을 쳐다볼수도 없었으며 왕의 얼굴 즉"용안"은 쳐다볼 수도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양반을 웃기며 왕을 가지고 놀고 왕을 웃기며 심지어 왕과 같이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이기도 한다.
광대로 등장하는 공길과 장생은 허구적인 인물이다. 광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천민에 불과하다. 즉, 모든 것인 픽션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존인물들인 연산군과 장녹수가 등장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픽션이 아닌 논픽션에 가까워진다. 그 점이 이 영화가 더욱 매력적이고 사실적,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역사상 실제로도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과 요부인 장녹수의 인물의 캐릭터가 광대라는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갈등이 시작되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길이다. 공길을 둘러싼 세 사람의 갈등구조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큰 뼈대이다.
장생은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을 넘고 광대라는 본의미를 잃어가는 공길을 보면서 갈등을 겪고 왕은 공길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슬프고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고 한낱 놀이로 풀려고 하며 장녹수는 공길을 발판삼아 자신의 위세를 더욱 더 높이려 한다. 이 세 사람의 갈등구조는 영화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영화 자체에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광대라는 직업을 택하고 양쪽 눈을 다 잃으면서도 죽고 다시 태어나도 광대를 할 것이라는 장생의 말처럼 광대는 영화에서 한낱 천민이 아닌 예술인이자 철학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단순히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의 머리속에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왕이라는 절대권력을 통해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기심, 적개심, 그리고 지금의 정치권을 향한 풍자가 은근히 담겨있는 영화, 2%부족했던 감독의 전작 황산벌에 비해 완성도가 꽤 높고 작품성, 대중성을 두루 갖춘 가장 한국적인 색깔을 가진 매력적인 한국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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