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월 5일) TV에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하더라. 이미 봤던 영화지만, 그래도 시간이 안가서,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 때 문득 <파랑주의보>와 좀 많이 닮은 영화라고 생각이 되었다. 물론 많은 평론가들과 관객들이 이 두 영화에 혹평을 퍼부었다. 요즘 내가 영화를 보는 시선이 평론가와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다) 이 영화는 예외였다. 물론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럴까...
사실 내가 <파랑주의보>를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타이밍 좋게도 네이버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고, 왠만하면 <작업의 정석>을 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과 교환하려 하니, 그 사람들은 거의 수수료 붙는 예매권을 가지고 있어서, 그냥 친구랑 조용히 봤다. 그런데 또 운이 좋지 않았던 점은 내가 보려고 했던 극장 중 가장 작은 관에서 상영을 하고 있었다는 점.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태풍>, <킹콩>, <작업의 정석> 등 만만치 않은 영화가 주요관을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혹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파랑주의보>. 이 두 편의 영화를 다 보신분 중 혹시 느끼신 분 있으신가? 어떤 분은 "둘 다 사랑이라는 감상주의에만 빠진 영화"라고 말하겠지만, 전 두 영화 다 "사랑을 믿는 너무 순수한 영화"라고 말한다. 혹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의 포스터를 보신 분 중 기억나시는 분도 계실 지 모르겠지만, 모든 포스터에 이렇게 적혀있다. "사랑을 믿는 당신에게만." 뭐, 분명히 사랑을 믿는 분만 보라시는데, 무시하고 본 분들의 잘못이겠지. (농담입니다. ㅋ) 하지만, 파랑주의보에도 그런 사랑을 믿는 자들에게만 보이는 그런 매력이 있단 말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처음에는 웃음으로, 나중에는 순수한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특히 <파랑주의보>. 처음에 좀 놀랬던게, 웃겼기 때문이다. 전혀 웃긴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업의 정석>처럼 꾸준히 웃기는 영화는 아니지만, 관객들의 입에 미소가 퍼지기에는 충분했다. 나중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좀 재밌다고 느끼셨던 분들은 "나는 언제 저런 사랑해볼까..."라고 생각하며 좀 많이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없는 매력이 하나 추가되어있다. 바로 차태현의 할아버지의 이야기. 처음엔 네티즌들의 평가만 믿고, 엄청 기대했건만, 그렇게 그 이야기가 오래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송혜교와 차태현의 멜로 이야기만 보기엔 좀 지겹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분께는 괜찮을 수 있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풍경. 영화를 보면서 약간 눈물이 고이고, 훌쩍거리고 있으실 분께 마지막에 꽃이 가득한 섬... 눈물을 흘리기에 딱 좋았다고 본다. 영화를 볼 때 아름다운 바다로도 모자라, 멋진 풍경들... 입이 딱 벌어졌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차태현의 미스캐스팅. 차태현은 이제 30대인데, 학생으로 캐스팅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본다. 송혜교는 아름다운 풍경에 걸맞게, 캐스팅을 참 잘했다고 보는데... 차태현 말고 좀 더 젊은 다른 신인배우를 캐스팅하는게 더 괜찮았다고 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많은 분들은 "장난하냐?" 또는 그 외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하신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순수하게 반응하실 수 있는 그런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 딱좋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보면 매니아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비교했다고 무작정 욕하지는 마시고, 한번쯤 읽고 비판하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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