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를 할까요?
제 이름은 천둥이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시듯이 저는 말입니다.
제가 태어난 날은 천둥치는 제주도의 한 목장이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저를 낳고나서 세상을 떴고요.
저에게는 시은이라는 누나가 있습니다.
그녀는 사람이지만 마치 친동생처럼 저를 대해 줬어요.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대학보다도 말에 미쳐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결국 그녀는 마사회에 기수단 선발에 응모했고 꿈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팔려나가 저 먼 땅으로 가게되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딸의 뒷바라지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고, 그녀의 아버지도 저를 팔고나서 많이 괴로워했답니다.
그녀는 어쨌든 경마선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여자라서 탐탁치 않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김 조교는 호시탐탐 시은이를 들들 볶았고요.
2년이 지나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은이와 함께하던 제주 목장이 아닌 한 번화가 도시에 나이트 삐끼의 홍보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저는 그녀와 다시 푸른 벌판을 뛰고 싶습니다.
영원히...
임수정은 표정이 살아있는, 그리고 그 표정이 순수한 몇 되지 않는 배우이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 나는 마지막회를 우연치 않게 보면서 임수정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마지막 최후를 맞이하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
"장화, 홍련"에서 문근영과 호흡을 맞춘 임수정은 여러 영화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말이 나오는 영화...
우리나라에서는 "애마부인"이 고작이었을 것이다.
얼마전 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드리머"가 있었고 그 전에도 많은 동물관련, 그리고 말과 관련된 영화들이 선을 보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동물 영화. 스포츠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각설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영화는 말과 인간의 교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교감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웬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김 조교, 그리고 철이와 대립하는 시은의 모습은 육상만화 "달려라 하니"라던가 드라마 "미스터 Q"를 비롯한 선과 악의 대결구조(무거운, 무서운 대결구조가 아닌)를 지닌 드라마들과 닮아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잃은 시은은 꿋끗히 살아가지만 슬픔을 이겨내고 사는 소녀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녀를 못살게 구는 황주리("미스터 Q"에서의 송윤아 역할), 나애리("달려라 하니"의 악역) 같은 사람들이 바로 김조교와 철이이다. 알 수 없는 음모를 꾸미고 거기에 사람이 희생되는...
최근 드라마들이 수없이 되풀이되던 악녀 탄생을 억제하고 있는데 비해 요즘 영화들은 귀여운 악마가 아닌 사악한 악마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천둥과 시은의 교감과 그 속에서의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얼마전까지 경마의 경우는 순위 조작 부정이 많았다.
영화에도 중간 정도 그런 장면이 나왔지만 김 조교가 악날한 케릭터로 묘사된 이상 관련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현실감 있게 진행을 하고 권선징악으로 벌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마사회에 소속 선수들도 대부분 영화처럼 일부이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티격태격 싸우지 않을텐데 이 영화를 후원해주면서 속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또한 천둥의 죽음을 암시하는 상황이 묘사되는데 거기다 유오성까지...
갑자기 "투명인간 최장수"가 아니라 "투명경마 천둥이"로 이 영화의 제목을 붙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허약했다는 설정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영화는 동물에게 가혹한 최후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병이 든 말은 그랑프리를 비롯한 대회를 출전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수나 말 모두 도핑 테스트(약물 검사) 등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병든 말이 미친듯이 죽음을 향해 미친듯이 뛰어가는 설정은 가슴아프면서도 가혹한, 그리고 말도 안되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에서 15 분을 놓치면서 나는 더불어 한 명의 배우를 놓쳤다.
바로 어린 시은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유정이다.
이 배우는 얼마전 개봉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던 아역배우이다.
그리고 CJ-SBS 프로젝트 "어느 날 갑자기-네 번째 층"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도 보여주었다.
이 영화 "각설탕"에서도 천둥의 어미와 애뜻한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유정 양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결국 예고편으로 봤다.)
"폰"의 은서우와 더불어 앞으로 기대되는 아역 스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어린 아이들에게 무서운 표정, 눈물 연기를 반강제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임수정 외에도 박은수를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박은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이로 알려진 그지만 일용엄니 김수미의 그늘에 가려져 정작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얼마전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부자(염정아)를 짝사랑하는 경찰 파출소장을 열연한 그는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배역을 맡았다.
딸에 헌신하지만 겉으로는 표출하지 않은 이 시대의 아버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앞에도 이야기 했던 유오성은 우정출연이지만 우정출연 치고는 영화에 많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윤 조교 역을 맡았다. 유오성은 확실히 눈빛 만큼은 살아 있는 배우이다.
34 마리의 경주마들과 실제 경마 선수로 활동하는 기수들의 모습들도 보이는 고증을 많이 들인 영화이다.
이 영화를 만든 이환경 감독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우연치 않게 경마장에서 은퇴하는 말의 마지막 경기를 보러 간 일이 있엇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보는게 어떨까 싶어서 만든것이 지금 우리가 본 "각설탕"이 되겠다.
경마장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그리고 임수정이 "으랴, 으랴~!"를 외치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말들과 인간의 교감이 가능한가 의문이 된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란다.
단, 허구적인 설정은 미리 자료를 검색해보고 관람하길 바란다.
앞에 이야기한 것 처럼 경마 기수들은 싸움꾼들이 아니며, 병든 말은 절대 경기에 쉽게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 등등 정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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