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안 좋다고 난리입니다. 기업들은 몸을 사리고 몸집 줄이기 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문에는 매년 급증하는 이혼율과 늘어만 가 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특집기사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텔레비 전에선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된 아이들에 대한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세상 살기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그러나 그저 남의 발등에 떨어진 불 정도로만 생각했던 이 모든 게 갑자기 내 앞으로 들이 닥친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희와 철수처럼요.
결혼 10년차인 증권회사 다니는 철수와 전업주부인 영희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부입니다. 아니 그렇게 평범하지도 않죠. 빚 만 지고 돌아가신 형님의 빚을 갚고 있는 중이고 형님의 아들을 데 려다 키우고 있으니까요. 거기다가 셋 있는 아이 중에 둘째는 천식 때문에 골골하니까요. 그러나.... 불행은 절대 혼자 오는 법이 없다 고 하죠. 나름대로 단란하게 지내던 이 집안에 평지풍파가 몰아닥 칩니다. 작전에 가담하라는 회사의 명을 어긴 철수가 사직당했고 설상가상으로 친구 빚보증 잘못 서는 바람에 집까지 날아가게 생겼 습니다. 그들의 작은 보금자리인 아파트를 빼앗기고 나면 끝장이라 는 생각에 굳은 결심을 하고 돈을 구하러 다니지만 세상인심이라는 호락호락하진 않고 철수와 영희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고 말죠.
돈이란 게 뭔지......... 사람 참 구차하게 만듭니다. 물론 돈은 표면 적인 모습이고 실제로는 그 이면에 더 큰 갈등과 상처가 숨어있지 만, 그래도 일단 보이는 게 돈이다 보니 “돈이 뭔지.. 돈이 왠수 지..”라는 말이 절로 입안을 맴돌더군요. 철수와 영희의 모습에서 결혼을 안한 저이지만, 그들이 필사적으로 가정을 지키려고 발버둥 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서로에게 상처주고 그런 스스로에게 화나 고 또 다시 상처받는 그들에게 주변 상황은 소금까지 뿌려댑니다. 잊고 그냥 다 놓아 버리면 편하겠지만, 그거야 딸린 식구가 없을 때 얘기겠죠. 삶이란 얼마나 버거운 단어인지..... 책임감이라는 게 세상의 그 어떤 족쇄보다도 더 강한 올가미로 목을 조아오는 게 보 이기에 더욱 절절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본 우리영화 중엔 부부 이야기를 전면에 세운 영화 중 엔 가장 제대로 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부하다고 하지만, 나름대로의 관점이라도 가지고 착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였 거든요. 그동안의 영화들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신다면 제 의견에 공 감하시지 않으실련지. 특히나 이야기 초입에 한 가정일 일상사를 보여준 장면은 정말 세심하게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 분이 조금만 더 살았다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네요. 부적절한 제의 에 대한 비현실성을 말씀들 하시지만 비용이 워낙 커서 그렇지 뉴 스만 봐도 돈으로 뭐든 살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 까. 같은 유혹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영희를 탓하는 철수 의 행동이 화가 났습니다. 철수 역시 자책감에 나온 말이겠지만.... 모른 척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영희는 괴로워하지도 않았겠죠. 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모르고 싶습니다. -_-
자존심 따윈 무시해버릴 정도로 가족을 너무 너무 사랑한 게 죄라 면...... 죄겠죠. 희생과 용서의 진부한 주제를 담고 있을지라도 가 족에게 있어서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이 두 가지가 너무도 쉽게 잊혀지고 만다는 걸...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그걸 잊고 지낼 때가 더 많으니까요. 오늘 저녁에 어머니 아버지의 어깨를 정성들 여 꼬옥 꼬옥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언젠가 제가 두 분의 모습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