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s 리뷰>
올해 첫 공포영화의 첫 테이프를 끊은 본 영화는 ‘아랑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와 그 설화 자체만으로 본 스토리의 방향과 의미부여를 미리 짐작하게끔 만든다.
정직되어 갓 복귀한 형사인 소영(송윤아)과 신참형사 현기(이동욱)앞에 세 건의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관객에게는 가해자가 ‘귀신’임을 알려준 채 귀신의 복수로 대변되는 살인 장면과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주인공 형사들의 사건추리로 극은 진행된다.
각 피해자들의 모니터 화면에는 민정의 홈페이지가 열려있다. 그것이 인도하는 소금창고.
그때의 소금창고에서 벌여졌던 일들. 피해자들의 죄가 어떠한 형태였다는 건 ‘아랑설화’(억울하게 죽은 여인 '아랑'이 원귀가 되어 자신의 원한을 푼 뒤에야 변고가 사라졌다는 내용의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알 수 있는 것.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두 형사가 억울하게 죽은 소녀의 원혼을 만나 그녀의 한을 대신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공포‘라는 장르적 성격에서 어떠한 변화를 줄지가 관건인 영화인데 아랑은 그러한 장르적 성향으로 관찰했을 때 실패해버린 영화이다.
자신만의 독창성이 결여된 채 기존 것들을 반복하는 뻔한 답습으로 공포심의 발현 또한 익숙한 심심함을 보여준다. 그런 상투적인 공포효과는 관객들보다 희생자들이 더 빨리 경악함으로써 공포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일차적인 귀신영화로만 남지 않고 원혼인 민정의 비극과 형사 소영의 비극을 오버랩시키는 설정과 클라이맥스에서 노린 반전의 효과는 장르적 공포성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끔 만든다.
‘내 이야기를 들어줘“ 라는 메인카피는 이 영화를 말해주는 키포인트기도 하다.
그 의외의 드라마성은 연쇄살인사건을 쫒는 추리 장르적 효과를 제시함으로써 일반적인 공포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등장인물의 이중의 사연 즉, 사건 해결의 중심인물인 소영과 현기의 사연과 귀신으로 대변되는 그녀가 풀고 싶어 하는 ‘한’이 교묘히 겹쳐지면서 괜찮은 드라마 한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친절한 반전과 함께 말이다.
여기서 ‘친절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랑’에서는 구태여 빙빙 돌리지 않는 장면해설이 많다. 한 장면을 보여주면 다음 장면에 해설을 부여하는 식의 구성방식 말이다.
여기에는 영화 처녀출연인 이동욱의 연기가 가히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상승효과를 건네준다. 비록 대사는 겉돌지언정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다.
오싹한 공포 속에서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안상훈 감독은 유혈이 낭자하는 충격적 영상보다 음산한 분위기 연출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아랑>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며 "사람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오해, 상처를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성폭력이라는 테마에 대해서 진지한 시선적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포‘라는 장르만이 펼칠 수 있는 매력을 독창성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관객의 선택에 물음표를 던질 수는 있을 것 같다.
별도로 영화는 옥의티를 ‘쉽게’ 발견하는 재미를 부여해주며 신선한 얼굴들을 (그것은 잘생기거나, 예쁘거나 로 대변할 수도 있는) 대거 포진하면서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eye's 색깔있는 영화산책 => http://paper.cyworld.com/modelm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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