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개봉한 영화
송혜교가 좋아서 무작정 보고 싶었다.
원작 소설과 영화'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가 일본에서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데다
원작 영화를 감명깊게 본 터라...
어떻게 리메이크할 지 나름 궁금했었다.
그리고 흥행 참패
송혜교라는 스타성 배우가 첫주연한 영화인데
흥행 참패인걸 보고..
왜 그럴까?? 생각했었는데..
....
영화가 너무 유치하다.
원작 '세상의 중심에서-'에서는 뻔하지 않으면서도 어린 시기의 감성을 살린 장면이나 대사들이 많이 나왔다. 뜬금없이 수호(차태현)를 좋아한다는 수은(송혜교)는 그다지 개연성도 없고 무엇보다 둘이 하는 대사가 너무 유치해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90년대 초? 그 당시 영화를 보는 듯 하기도 하다. 어쩌면 저렇게 닭살스럽고 유치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배우들에게 너무 많은 걸 의지했다.
'세상의 중심에서-'에서는 성인연기자에게 의지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역들의 회상 부분을 많이 넣는다. 너무 많이 달라진 모습은 그동안의 세월을 잊고 살아왔다는 의미도 되기에 다시 되살린 기억에 의미를 두면서
하지만 '파랑주의보'에서는 송혜교와 차태현 그리고 그 친구들 모두 성인 연기자가 아역 연긱와 성인연기를 병행한다. 솔직히 올해 서른이 넘은 차태현이 고등학생을 연기한다니 ㅡㅡ;; 고등학생일 때 모습은 코믹한 캐릭터로 넘어간다고 쳐도 성인이 된 모습은 왠지 어울리지도 않고 어색하기만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친 듯
원작 '세상의 중심에서-'는 코믹의 요소는 거의 없는 순수서정멜로드라마였다. 그렇기에 다소 긴 러닝타임동안 조금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극이 충실하게 한가지 톤으로 흐르면서 일정한 분위기를 유지해줬었는데 '파랑주의보'는 서정적인 전체 줄거리에 코믹을 섞으려니 왠지 코믹한 부분이 따로 노는 듯해 보인다. 특히 수호의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김신영을 봤을 때 순간 '웃찾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협화음이다.
차라리 수은과 수호의 역할에 신선한 신인 아역배우를 기용했다면.. 훨씬 더 나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같은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약간의 꽃미남 소년으로 ^^;;
차라리 원작에 충실히 리메이크했다면...
'세상의 중심에서-'에서는 자칫 평범하고 상투적일 수 있는 '시한부 인생 여자와의 과거 첫사랑 이야기' 이야기를 인상깊고 특별하게 해 줄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이 등장한다.
카세트 테이프를 통한 사랑이야기
현재의 연인이 과거에 그 카세트를 전해주려다 사고를 당했고 우연히 찾게 된 과거의 테이프로 잊고 지냈던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
특히 사진관 아저씨의 사랑 이야기는 길지 않은 에피소드였지만 매우 인상깊게 남았다.
하지만 '파랑주의보'에서는 이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세상의 중심에서-' 시바사키 코우가 했던 현재의 연인 역할은 출연이 많지 않았지만, 과거의 추억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메신저이다. 사실 우리는 가슴 아픈 사랑을 하면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모르게 '보통날'이 찾아오듯 세월이 흐르면 잊고 지내는 게 삶이다. '파랑주의보'에서 옛사랑을 계속 잊지 못하다가 갑자기 수은의 주기에 고향에 찾아오는 수호는 조금은 어색하다.
카세트 테이프 녹음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던 걸 한국의 그당시 '삐삐'로 재현한 건 나름 괜찮은 설정이었다고 생각도 되지만 왠지 원작의 '카세트 테이프'의 위력을 따라가진 못한다.
그나마 잘 살린 건 할아버지의 연애스토리다. 이순재가 분한 수호의 할아버지 러브스토리는 처음에는 그시대 뻔한 연애담으로 흐르는 듯 했지만 후에 상갓집에서 한번 재회하고 마지막 가는 길을 부탁하면서 염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사실 '세상의 중심에서-' 남몰래 같은 마을 교장선생님(?)을 사랑하고 그 유골을 간직하는 사진관 아저씨의 사랑을 짧으면서도 인상깊게 그린 거에 비하면 못하지만.. 그래도 제일 건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음... 아쉽다. 이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