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최대 기대작인 무사가 수많은 말들속에 두번의 개봉 연기후 드디어 개봉하였다. 단연 최대의 기대를 모은만큼 대부분이 매진되었고, 마치 안보면 간첩이 될듯한 분위기에서 주말 극장가 흥행 1위를 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과 재미있었다고 두개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뉘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다만 공통적으로, 사실적인 전투신의 모습이 멋있었고, 대사가 너무 유치했다는 것이다.
먼저, '무사'는 2시간 40분에 이르는 짧지않은 상영시간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신의 화려함이 돋보인다. 중국 무협소설에 나오는 "하늘을 가르고 땅을 뒤흔드는" 비현실적인 무공이 아닌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칼과 칼이 맞부딪히는 전투 장면을 사실적으며 실감나게 그려내었다. 고속과 저속 촬영, 손으로 들고 찍는 카메라의 흔들림속에 피아가 구분되지 않는 전투장면에서의 참혹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공포와 죽이는 자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임이 분명하다. 혹시나, 팔이 잘리거나, 목이 잘린 모습까지 나오는 이 영화의 잔인한 장면이 상업성을 노리고 찍은 장면이 아니냐고 하는 지적도 있지만, 그런 장면의 사실적 묘사가 이 영화 전체 흐름에 도움을 주었지 그런 장면자체가 어떤 논란거리가 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서, 이 영화의 전투신은 현대 전투가 아닌 과거 시대의 전투신을 모두 재현해 내었다는 것이다. 사막에서의 전투, 계곡, 숲속, 토성 전투등을 모두 끌어내어 계속 반복되어 지루해질 수 있는 전투장면을 잘 이끌어 갔다는 것이다. 아무런 지형적 특성을 이용할 수 없고 그저 힘만이 승부를 결정짓는 사막전투, 매복과 기습이 가능한 계곡 전투와 철저히 자신을 가리고 적들을 제거할 수 있는 숲속전투, 적은 수로도 다수의 적을 막아낼 수 있는 토성 전투, 그리고 남자답게 명예를 위해 죽어가는 무사들의 모습. 그들의 그런 장렬한 모습은 이 무사의 매력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활의 달인 진립역의 국민배우 안성기와 별장 가남역을 해낸 박정학과 몽고군 장수 람불화역의 위롱광의 연기력도 상당히 돋보였다. 이들 세명은 주연인 장쯔이, 정우성, 주진모에 가려질 수도 있는 자신만의 확실한 캐릭터를 완성해내면서 영화가 스타시스템에 의존해 흘러가는 것을 막고 영화의 진행에 주연과 조연의 비중을 훌륭이 맞추어내는데 성공했고, 그것이 이 무사라는 영화의 약점을 그게 보완해 내었다.
그렇다면, 무사의 약점이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1차 가편집후 러닝타임 4시간 짜리가 2시간 40분으로 1시간 20여분이나 잘려나가면서 생길수밖에 없는 어쩔수 없는 이야기 전개의 단절이다. 영화의 시놉시스상 부용 공주(장쯔이)와 노비 여솔(정우성), 그리고 장군 최정(주진모)의 삼각 관계는 그저 여솔을 바라보는 애틋한 공주의 눈길과 그 모습을 보며 질투하는 최정의 모습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마지막에 여솔이 "난 오직 한사람때문에 이곳까지 왔다"라고 말하는 장면 만으로는 고려 무사들의 험난한 여정을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희생되는 고려 무사들이 벌이는 최후의 전투가 일어나는 계기를 만드는 여솔과 최정의 공주를 구해내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점으로 남을 것같다. 차라리, 그런 장면 전체를 잘라내고, 원래의 대의 명분대로, 공주를 구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신단의 명예를 회복하고 고려로 명예롭게 돌아가기 위해 싸웠다는 설정을 유지한채, 노비에서 양인으로 돌아간 여솔의 애틋한 사랑으로 그려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깊이 남는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들. 통역관인 주명(박용우)의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거의 신과 같은 카리스마들을 지니는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 가장 인간적으로 나온다. 겁장이에 현실적이며 전투중에는 도망만 다니는, 그러나 아이들에게 부모처럼 대하는 그의 캐릭터와 그의 죽음이 주는 안타까움이 약하게 설정되어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은 그와 대립하는 고려 승려 지산(이두일)의 어색한 대사때문에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더욱 아쉬운 것은, 명나라 황제의 막내딸로서 도도함을 잃지 않는 부용 공주역의 장쯔이였다. 그녀는 이 무사의 이야기 전개를 끌어가는 핵심축임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에게 동시에 사랑받으며, 또한 피난민인 백성들을 위하는 어쩔수 없이 공주인 모습을 모두 표현해 내기에는 부족한것 같다. 영화내내 그녀의 그런 약한 캐릭터는 장군 최정과 노비 여솔이라는 두 강한 남자의 사랑을 받는 모습으로는 너무 부족한것 같아 아쉬움이 깊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지만, 이 무사의 최대 약점은 시나리오인것 같다. 그것은 가장 먼저, 4시간짜리 영화를 2시간 40분으로 줄이면서 생기는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한참 긴장된 장면에서 갑자기 웃기는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어색함이 너무 많았다. 관객에게 여유를 주고, 영화에 숨통을 트여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런 장면이 지나치게 많았고, 관객들의 실소가 너무 많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점이 아닐수 없다. 또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대사 처리 문제였다. 아무리 원의 지배에 있던 고려말의 상황이라지만, 노비였던 여솔을 제외하고는 장군과 수행원들이 몽고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것은 어색한 설정임에 틀림없다. 그 문제는 그냥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여솔은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몽고군의 장교와 이야기하는 장면까지 나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더구나, 그 대사가 "우리 몽고군의 장군이 될 생각이 없는가?"하는 몽고군 장수의 질문에 "나는 자유인이야"라고 응답하는 정우성의 대사는 마치 지금 그가 나오는 CF의 한 장면처럼 이 영화와는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그 심각한 분위기에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영화 무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다. 한국 영화를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내게, 이 무사는 분명히 매력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이런 영화에서의 전투장면이 주는 흥분감과 남자들의 최후에 보여주는 처절함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남성적인 영화임에 틀림없고, 그런 면에서 여성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약점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주진모와 정우성이라는 두 배우의 여성 관객 흡인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 일 수 있을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국 영화에 또다른 이정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는 [서편제][접속][공동경비구역JSA][친구][엽기적인 그녀]를 잇는 아마, 흥행 대작의 순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역대 흥행 1위로 올라설지도 모르겠다. 원래 액션 블럭버스터가 명작이 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아주 오랜 세월 관객의 기억에 남기도 힘들고. 그렇지만, 단적비연수, 리베라메, 광시곡등의 블럭버스터 흥행실패 이후 블럭버스터라고 내세울 수 있는, 또 해외 진출을 노려볼 만한 작품으로 이 영화 [무사]는 틀림없이 그 장점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감추어져 잘 드러나지 않지만, 현란한 특수효과가 아닌, 아직은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 영화의 블럭버스터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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