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라는 상징성으로 대변되는 장르안에서도 미세한 균열로 조각을 낸다면 '오멘'이나 '엑소시스트'같은 전설같은 고전공포물은 근원조차 파악되지 않는 심령적인 악마적 미소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오컬트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를 한여름 납량특선으로 브라운관을 통해 한번쯤은 접해보고 몸을 움츠린 기억이 있을테다. 필자역시 유년시절 멋모르고 마냥 무섭게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는다.
사실 엑소시스트보다 오멘은 모호하다. 엑소시스트는 노골적으로 악령을 인간의 몸에 빙의시켜서 그 포악함을 짐승처럼 표현해낸다면 오멘은 인간 그 자체를 악마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인간과 악마의 경계의 선을 긋지 않은 채 심리적으로 거대한 악의 근원 그 자체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또한 엑소시스트가 하나의 인간을 통해서 신의 존재자체에 대한 도발을 부른다면 오멘은 하나의 인간이 세상의 종말과 직결된다. 다시 말하자면 엑소시스트는 단순히 개인적인 불행담에 그친다면 오멘은 인류의 비극으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비슷하면서도 규모적인 중압감의 차이가 두 작품의 경계선이다.
사실 이 작품은 동양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현재의 크리스챤들과는 무관한, 동양에서 비롯된 사상적 근거, 즉 서양과는 무관한 동양적인 관점에서- 사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크리스트교는 서양에서 내세우는 종교이고 물론 현재적으로 동양에서도 큰 세력을 과시하는 종교이지만 이 종교 자체의 근원이 서양이고 세상을 논하기에는 그 중심적인 기반 자체의 편중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진다. 물론 이는 영화 그 자체의 퀄리티에 대한 이해도를 떠나서이다.
어쩄든 이미 엑소시스트는 몇년전 리메이크되었고 오멘은 현재 리메이크되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이 담긴 공포물이 과연 현재에서도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단지 소재면에서의 활용도보다도 재해석으로써의 부활적 측면에서의 고찰이 어쩌면 이 영화를 보는 시선의 중심에 서 있어야 마땅할 법도 하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면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과거 오멘시리즈의 시발점이 된 첫 작품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의 내용은 과거의 답습과 다를바가 없다. 변화가 있다면 시대적 배경이 현대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911테러나 쓰나미가 없었던 1976년의 오멘이 지니지 못한 성서의 근거를 영화는 좀 더 최근 사례에 대입하며 출발한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논리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근거는 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면 성서안에서도 요한 묵시록에서 이 영화의 기반이 도출된다. 또한 데미안의 존재 자체가 구약성서에 명시된 적그리스도(Antichrist)와 일치될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제목 자체가 암시하듯-omen : 암시, 징조- 성서로부터 해석되는 종말론을 근거로 상상력을 확장한 이야기라는 셈이다.
사실 이 영화의 원작품이 전설로 추앙되는 것은 그런 종말론을 구체적이면서도 미덥지 않은 사담으로 본의미의 규모가 축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허구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 자체의 플롯을 살림과 동시에 이야기가 주는 거대한 이미지 자체로부터 얻어지는 중압적인 공포심 역시도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메이크는 조금 모자란 듯 하다. 공포적인 색채감은 계승되었으나 기본 골격 자체에서 뿜어져나오는 튼실함은 휘청거린다. 공포의 근원을 살리기보다는 그 외양적인 분위기만을 훔쳐온 기분이랄까.
데미안이라는 소년이 지닌 '악' 그 자체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상징적인 공포심을 살리기 보다는 상황으로부터 연출되는 공포스러움을 나열한다. 영화는 분위기를 살리기보다는 관객을 놀래키는데 익숙하다. 순간적인 긴장감의 상승폭은 있지만 지속감은 떨어진다. 이는 분명 원작이 지닌 미덕을 계승하지 못한 후작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이다.
어쨌든 반가운 손님인 것은 사실이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은 유용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감은 개인적인 취향탓으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어쨌든 '안티크리스트 슈퍼스타'의 재림은 관심도에 비해서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입을 벌어들인 것 같진 않다. 시도는 창대하였으나 결과는 미약했음이 명백한 이유가 될 것 같다. 과거의 추억으로 영화를 지지하기에는 현실의 경험담이 다소 약해보인다. 그래도 속편제작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제대로 부활한 데미안을 보고 싶다.
그리고 세상의 종말을 막으려면 아이들 머릿카락 한번쯤 잘라볼 것. 그대의 작은 성의가 세계를 구할지도 모르니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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