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에 개봉된 재난영화의 클래식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리메이크작 포세이돈을 관람했다. 미국에선 평론가 평점 C+, 관객평점 B-를 받았는데, 이는 원작 포세이돈 어드벤쳐가 받은 평론가 평점 B, 관객평점 B에 못미치는 수치이다.(참고로 B정도의 별점은 꽤 호평을 받은 것이다) 과연 무엇이 원작보다 못한 것일까?
일단 영화의 시작. 엄청난 규모의 배를 부감으로 쫙 훑어가면서(이 모든게 CG이다) 앞으로 벌어진 대재앙의 규모를 상상하게 끔 한다. 영화 러닝타임이 98분인데, 약 15분만에 배가 쓰나미에 전복 된 후, 그 이후로는 탈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원작 포세이돈 어드벤쳐에는 비교가 안 될 만큼의(당연하겠지만) 스펙타클을 보여주는데, 과연 CG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단한 시각효과였다. 세세한 물의 부감과 움직임. 거기다가 배가 뒤집히는 전체 모션, 사람이나 물건등의 작은 물체들, 거기다 폭발에 배경합성까지 이 모든걸 한 씬에 보여주는 배 전복 씬은 아마 영화사상 가장 정교한 시각효과 씬으로 불러도 될 만큼 최고의 씬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헐리웃 블럭버스터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라는 분들이 대다수겠지만, 이것은 중요한 의미이다. 블럭버스터에서 중요한건 볼거리겠지만, 그 볼거리에서 드라마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굉장한 블럭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포세이돈의 주인공인 딜런은 도박사인데, 원작에서의 주인공은 목사이다. 여기서부터 포세이돈은 애당초 철학적인 얘기 그런게 아닌 블럭버스터만으로 영화를 꾸미겠다는게 눈에 보인다. 필자가 아쉬웠던 점은 원작에서의 철학적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전형적인 헐리웃 액션 블럭버스터가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탈출과정에서의 서스펜스는 꽤 강도가 높다. 몇몇 장면은 손에 땀을 쥘 만큼 스릴이 있지만, 우린 이런 장면의 스릴을 이젠 왠만한 블럭버스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죽어도 그 장면에서 캐릭터들의 공포의 두려움은 찾기 힘들었다.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와 감정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채 탈출만을 배경으로 삼다 보니 영화의 주인공이 탈출하는 사람이 아닌 '물'이 주인공이 되버린 느낌이다.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은 볼거리보다는 엄청난 폐쇠감의 공세이다. 좁은 통로, 물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방, 또 물 속등. 좁은 지역이나 잘 움직일 수 없는 곳을 계속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엄청난 폐쇠적 공포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바로 물의 속성을 제대로 꾀뚫고 있는 것이다. 물은 차갑고 또 스멀스멀 다가온다. 즉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건 파도가 아니라, 물 그 자체인 것이다. 해양액션의 대부 볼프강 피터슨 감독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원작보다 못하다. 평면적인 캐릭터들에다가, 전형적인 액션영화의 스토리. 감정이입이 안되는 이야기때문에 이 영화는 스토리상 헛점이 많다. 그러나 사실 블럭버스터를 보러 가면서 스토리의 탄탄함을 기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실 이 영화의 평점은 ★★★★보다 ★★★☆+가 더 알맞다) 그냥 극장에 안 가는 사람을 가게끔 하는 것이 블럭버스터의 묘미란 걸 아는 피터슨 감독이기에, 98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즐기기엔 부담없는 영화이다.
20자평 - 원작보다 못한 영화. 그러나 블럭버스터적 묘미는 충분!
유의사항 - 블럭버스터에도 스토리가 탄탄해야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비슷한 영화 - 퍼펙트 스톰
이 장면만은 - 쓰나미에 배가 전복되는 장면.
![](http://imgmovie.naver.com/mdi/mi/0525/E2552-32.jpg)
![](http://imgmovie.naver.com/mdi/mi/0525/E2552-8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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