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부산의 한 도시... 한 남자의 표정이 웬지 좋아보인다.
거래도 성공하고 돈도 들어오고...
상도는 부산에서 그럭저럭 잘 나가는 물장사꾼이다.
물장사라... Water(워터)? 아니다! 그는 뽕을 판다.
그렇다... 그는 필로폰이나 히로뽕을 파는 마약 장사꾼이다.
하지만 상도 자신의 몸에는 절대 주사기를 꽃지 않은 치밀한 사람이다.
한편 뽕 냄세를 맡고 찾아온 이가 있으니 부산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도 경장이 바로 그 양반이다.
도 경장은 무식하게 돈과 주먹으로 수사를 하는 양반이지만 그 무식함 속에 나름대로 그 역시 치밀한 계산을 하고 사는 사람이다.
도 경장은 상도에게 거물급 마약 제조책 인사를 알려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제조책 인사가 죽고 도 경장은 휴직 조치를 당한다.
몰래 도망가던 상도도 다시 붙잡혀 감방에서 썩힘은 물론이요...
도 경장, 체면 불구하고 다시 상도에게 찾아가 다른 마약 제조 판매 조직 소탕에 도와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
그 중에는 거물 중의 거물 장철도 포함되어 있는데...
상도 역시 도 경장의 제의를 수락하지만 만만치 않은 조건을 내세운다.
하여튼 간에 다시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 두 사람...
그러나 적은 바로 가까히 있고 수 많은 적들 또한 만만치 않다.
두 남자의 마약과의 전쟁...
누가 피를 볼 것인가? 누가 승리를 할 것인가?
나름대로 실험적인 러브스토리 영화 '바이 준'을 들고 왔던 최호 감독...
그러나 관객의 외면을 받고 이번에는 정말 실험적인 영화를 준비했었다.
온라인 상의 사랑과 그것이 오프라인에서 이어진다는 상황에서 만든 영화 '후 아 유'...
그러나 이 작품도 관객에게 어필하는데 실패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영화 속의 온라인 게임을 실제로 만들려고 계획했으나 전면 취소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가위 바위 보'도 삼세판이며 모든 게임도 세 판으로 결판을 짓듯이 최호 감독은 이번에는 더 치밀하게 준비하였다.
부산에 가서 직접 마약 판매상을 만나보려는 위험천만한 도전도 해보는 등...
성과는 나름대로 있었고 이 것을 시나리오로 다시 이 것을 영화로 옮기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 영화는 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악당이며 악마이다.
악당의 대결이니 작품에 흥미가 있을 수 밖에...
더구나 드러낼 듯 잘 드러내지 않는 마약 판매, 제조 실태를 이야기 했다는 점에서 최호 감독의 노력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마약 판매상 상도와 비리 경찰 도경장...
류승범의 경우 상도 역활이 어울리지만 황정민은 웬지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생애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경찰역활도 해보고 '달콤한 인생'에서 정말 나쁜 역활도 해보았으니 그의 역활에 기대가 안 갈수가 없는게 사실이다.
필자는 당초 이 영화를 시사회로 보기로 하였으나 높은 관심도로 인해 시사회 입장객수에서 그만 짤리는 불상사를 겪었다.
예매권으로 뒤늦게 보았는데 왜 이런 작품을 이제 보았을까 하는 아쉬움만 들었다.
앤딩 크레딧의 리쌍의 노래제목 처럼 정말로 '누구를 위한 삶인가?' 의문을 관객들에게 던져 주고 있다.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 선과 악의 구분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라는 것도 있을 것이고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도 갖아본다.
영화는 초반 IMF를 들먹이면서 시작한다.
IMF로 인해 거리로 쫓겨난 사람들이 나오고 그들은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에 젖어든다고 한다.
환락과 퇴패로 얼룩진 도시에서 아무 것도 얻을게 없고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도는 그것으로 이득을 챙기는 사람이고...
도경장 역시 아끼던 동료를 잃고 가슴아파하지만 결국은 동료의 부인(미망인)과 섹스를 하는 등 비도덕적인 삶을 보여준다.
액션씬과 더불어 화면분할을 자주 사용하는 등의 기교가 엿보인다.
뒷골목 이야기다 보니 어두운 거리라던가 단란주점 장면이 다른 영화에 비해 많다.
특히 영화속 단란주점에서 등장하던 노래 '빙글빙글'은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상황적절한 노래이다.
뽕을 먹고 정신이 혼미해져 빙글빙글 돌고 있으니 정말 감독이 이야기한 대로 이 영화 '뽕 르와르'가 맞긴 맞다!
황정민과 류승범의 연기는 그렇다치더라도 조연들의 활약이 매우 돋보였다.
'마이 캡틴 김대출'에서 진짜 경주에 사는 할아버지처럼 느껴졌을 만큼 친근한 인상을 주었던 배우 이도경은 여기서는 정반대로 거물급 마약조직 두목 장철을 연기하였다.
이도경은 그 역활에 잘 맞게 적응하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이다.
연극무대에서 그를 괜히 베테랑이라고 칭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추자현은 중성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갸날픈 여인의 모습을 연기 하였다.
(필자가 생각할 때 추자현의 이미지는 드라마 '카이스트'의 사내아이 같은 느낌이었다. 그 이미지가 생각보다 오래 남기도 했고...) 마약에 찌든 연기에 대해 많은이들이 칭찬을 하였다.
영화 '친구'의 유호성 만큼은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동안의 추자현의 연기를 생각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반가운 인물은 바로 김희라이다.
이대근과 더불어 80-90년대 한국을 대표하던 마쵸맨들 중 한 명인 그는 영화속에서 많은 변화를 가지고 있는 배우로 등장한다. 마약의 행방을 대부분 그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간에는 병마와 싸우면서 고생을 했던 김희라이지만 아픈일들은 모두 접어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영화의 끝은 비극적이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끝이 아니다.
이 영화의 정말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항상 엔딩 크레딧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쌍과 황정민, 류승범의 주제가를 끝까지 듣고 마지막 장면에 눈똑바로 뜨고 보길 바란다.
정말로 이 세상은 누굴 위한 세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