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영화를 두번보았다. 극장에서 혹은 DVD로 몇번을 더 보게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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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언더그라운드스럽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IMF(요즘애들은 잘 모르는...)시대의뉴스, 그리고 빨간색으로 휘갈겨쓴 타이틀, 흡사 60~70년대 액션 영화를 방불케하는 음악, 어쩌면 수사반장의 연장인 듯한 화면빨 이랄까? 나는 이 영화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서 요약을 해보았다.
1. 회색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살벌하지만 눈물겨운 이야기 2. 밝고, 어두움, 좁고, 넓은, 크고, 작은, 가볍고, 무거운...무수히 대비되는 형용사들의 집합체 3. 처음부터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연출과 연기의 일관성 4. 엑스트라부터 주연까지 완벽한 캐스팅 5. 흐트러지지 않는 관객과의 호흡
주인공들이 참 나쁜 놈들 이다. 그리고 반대로 참 착하기도 하다. 선과 악으로 구분되어 전개되는 보통 이런 분위기의 영화와는 다르게 접근한것이 우선 너무 마음에 든다. 다시말해, 흑백이 없는 회색영화란 말이다. 대충 처음의 분위기 봐서는 악당과 경찰이 힘을합쳐 악의무리들을 눈물겹게 일망타진하는 스토리가 될 것이라 예상을 잠시 하기도 했다. 특히 상도가 8개월 학교에 갔다가 나와서 다시 도경장을 만나는 순간부터... 그런데 전혀~하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더 이상은~~~아무튼 도경장, 이상도 모두 무지 나쁜 놈이긴 한데, 뭔가 자신을 이끄는...힘과 벼랑 끝에 내몰린 인생을 어떻게 하던 헤쳐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눈물겨운 스토리가 주축이된다. 물론 주인공 이외에도 많은 조연들의 눈물겨운 분투기인것이다.
매우 비극이기는 하지만, 시작부터, 진지함과, 웃음이 교차된다.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간혹 무덤덤하게, 어떨 때는 긴박하게 이끌어간 듯 함. 뭐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형용사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고... 모르겠다. 영화처럼 뽕을 맞는 기분이 이런 걸까? 솔찍하게 이제까지 수많은 "뽕" 관련 영화를 보아왔지만, 영화보면서 정말 "뽕이 이렇게 땡기는"영화는 처음이라고... -.- (죄송..표현이..) 아무튼 이유야 어떻게 되었든 몰입을 하면서 영화를 따르다 보면 어느 새인가 엔딩 크레딧 앞에 놓이는 자신을 볼 수 있는데, 그 여운이란...
솔찍히~ 화려한 액션! 그런거 없다. 삶의 고뇌? 그런거 없다. 범죄자와 형사의 심리전? 그 딴거 정말 눈꼽 만큼도 없다. 이영화는 뒤죽박죽, 뽕에 얽힌 사람들의 하루하루 일상을 정말 실랄하게 그려내고 잇을 뿐이다. 연약한 여자를 두들겨 패서라도 상도의 위치를 캐내려 하는 못된 형사, 자신을 늪에서 구해준 사람에 대한 연정(?),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결국 실천 하려고 하는 상도...개같은 검사. 순진한 교수, 나쁜 장철이, 불쌍한 뽕쟁이들과 단란업소 언니들...등등 너무도 이런저런 하류인생 사람들끼리의 삶이 절묘하게 톱니가 물려 하루하루 돌아가는 것처럼 숨쉼틈없이 계속 그려진다. 배우들의 연기들은 두말할 필요없고 (특히 나는 지영역을 맡은 추자현씨에게 감동 받았음)
스토리..시나리오가 참 별것 아닌듯 한데 실제는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두번본 사람의 입자에서 첫번째 볼때와 두번째 볼때가 이렇게 다른 느낌을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작지만 깊은 스토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도경장이 지영을 신문하면서 꺼내는 이야기와, 지영이 상도에게 거는 전화내용, 교수의 대사, 장철의 대사, 마지막의 검사의 전화통화, 도경장의 마지막 행동이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이유...단란주점에서 언니를 무릅위에 앉혀놓고 귓속말로 꺼지래!!! 하는 대사....등등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전체 스토리를 맛깔스럽게 만들어 준다. (역시, 두번 보면 확실해짐. 나도 처음 한번보고는 별셋 반정도 생각했었는데, 두번째 세번째 볼 수록 별의 갯수는 하나씩 늘어갈 것 같음.)
마지막에 도경장의 "경치 쥑이네~" 라는 대사와 함께 선글래스로 감추어진 우측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신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상도를 위한 눈물..말이다.(첫번째는 못보고 두번째 발견한 것임.) 도경장의 진짜 속마음을 표현하는 마지막 장면 말이다.
혹시 보지 못한 분 계시다면, 영화 처음부터 다시 보아야 이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그장면 못 보고 영화 마무리가 어쩌네, 단순하네, 재미없네 하시는 분들은 영화를 심하게 오해할 것이 분명하다.
"사생결단" 이라는 회전목마에 올라타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눈과, 귀, 그리고 정신과 마음을 과감하게 맡겨 보시길... 한번이건 만번이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인생, 世界와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에...악어새와 악어의 모습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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