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기발랄한 애니메이션은 분명 3D 애니메이션계에서 그래픽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은 아닐듯하다. 그래픽은 여태 봐왔던 <슈렉>
이나 <아이스에이지>,<로봇>등의 수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다. 일례로 요즘의 3D 애니메이션은 입모양을
모션캡쳐해 화면상의 입모양과 실제 입모양이 같게 표현되지만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더빙판이라 그렇다는건
아니다. 입모양은 그냥 벌렸다 닫았다 표정지었다 수준이다.
하지만 그래픽은 필요없다. 중요한건 내용이니까.
제목마저<빨간모자의 진실>(이하 <빨간모자>)이라고 하면서,
주인공을 내세우기 보다는 동화 '빨간모자' 동화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어느 숲속마을에서 케잌 가게들의 요리비법책들이 사라진다.
우연히(?) 용의자로 몰린이들은 케익의 여왕 '퍼켓 할머니',
탐정기자 '늑대', 소심한 덩치 '커크', 그리고 퍼켓 할머니의
손녀이자 마을의 케잌배달을 하는 '빨간모자'이다.
이들의 알리바이는 모두 정확하게 일치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목소리 캐스팅에 홍보를 많이했던 영화라 언급을 안하고 넘어갈 수
없겠다. 퍼켓 할머니의 '김수미', 다람찍사의 '노홍철'. 빨간모자의
'강혜정'. 폴짝이 형사의 '임하룡'의 목소리는 확실히 영화의
맛을 살린다. 우리 어릴적부터 들어온 일용엄니의 친근한 목소리와
영원한 젊은 오빠 임하룡의 목소리는 친근감을 갖게 해준다.
4명 중 가장 씽크가 좋았던 사람은 단연 노홍철이다. 2배속 다람쥐
다람찍사에 이보다 더 잘맞는 성우는 없을 듯 싶다. 다만 많은
비중이 아닌게 아쉽다. 강혜정의 목소리는 냉랭하고 재기발랄한
소녀의 목소리에 어울리긴 했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이 더빙판의 또하나 재미는 대사다. 다른 애니메이션의 더빙판은
원문의 번역에 치중한 반면 <빨간모자>는 한국식에 맞게
로컬화해서 대사를 새로 만들어냈다. '개콘'이나 '웃찾사'에서
유행한 말들을 따오고 각각 성우 개인들의 입담과 재치에서
외국 영화가 아닌 우리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연출이 상당히 독특하다. 스릴러 처럼 핸드헬드 영상이나,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에 촛점을 맞추는가 하면,
SF나 액션 처럼 슬로우모션 액션과 빠른 화면 전개,
뮤지컬 같은 배경음악들, 동화같은 모습들
코미디 같은 모습들. 모든 장르가 어우러져있다.
물론 반전도 있다. 매트릭스나 트리플엑스, 또 등등등의 영화들의
패러디도 재밌다.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부분은 없어도
가볍게 '하하'하고 웃을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있다.
특히 그 노래만 하는 염소 아저씨는 정말 웃기다. ㅋㅋㅋ
아쉬운 부분도 있다. 사실 가장 더빙이 좋았던 인물은 늑대였다.
늑대는 전문 성우를 채용해 더빙을 했는데 역시 베테랑 다운
면모가 보인다. 늑대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어느 홍보물에도 늑대의 더빙을 맡은 사람의 이름은
볼 수 없었다. 늑대도 주연급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유명 배우의 이름만 올라있다. 물론 유명인을 내세워 홍보를
하는것이 당연한 전략이긴 하지만 너무 뒷전으로 미룬건 아닌가
싶다. '커크'도 그렇고...
또 하나 아쉬운건 약간은 지루한감이 있다는 점. 엔딩 크레딧을
제외하고 80분이 안되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조조로
봤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약간'은 지루했다. 특히 중간부분에.
중간중간 적절한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웃기려고 한
농담조의 대사들이 별로 그리 안웃겼던 탓이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말 '재기발랄'이다. 재치있고, 기발하고,
발랄하다. 캐릭터들의 전형적인 모습들을 완전 탈피하고 전혀
새로운 모습의 캐릭터들을 창조해냄의 재치와 기발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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