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켓 할머니 집에 도둑이 들었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은 늑대와 도끼맨 그리고 퍼켓 할머니의 손녀인 빨간모자이다.
물론 퍼켓 할머니의 자작극 혐의도 있을지도 모르고...
최근 산골마을에서 연쇄 요리 비법책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게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마지막 희생자로 퍼켓 할머니가 지목이 된 것...
그러나 범인으로 보이는 이 사람들... 뭔가 이상하다.
개구리 탐정 폴짝이가 이들을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점점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자, 당신도 수사반장 최불암이 되어서 이번 사건을 풀어보시라!
최근 국내에서는 이상하게도 외국 애니메이션 작품이 국내로 들어올 때는 (혹은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글 자막버전 뿐만 더빙버전을 따로 준비하는데 더빙 버전은 재미있는 것이 유명연예인이나 명사들을 활용하여 이들에게 더빙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성인 애니메이션 '블루시걸'의 최민수와 김혜수를 시작으로 '아마게돈'(이현세 작품)의 경우 이병헌이 오혜성(까치) 역을 맡고 있고 이후 '마리 이야기'이에서도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가필드'의 개그맨 김용만, '발리언트'의 가수 옥주현, 탁재훈이 참여를 하고 '마다마스카'에는 송강호가 역활을 맡아 연기했었다. '로봇' 역시 조경철 박사를 비롯한 유명한 저명인사들이 목소리 출연을 하였다. 이들 중 성공한 작품은 '마다마스카' 정도이고 나머지는 처절한 참패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연예인 더빙을 선호한다.
이 작품 '빨간모자의 진실'이외에도 '아이스 에이지 2'의 경우도 천재소년 송유근 군을 비롯하여 야구해설가 하일성 등이 이 작품의 더빙을 맡았다. 자, 이렇게 요즘에는 이렇게 마치 도박을 하듯이 이런 위험한 게임을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아이들은 자막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니버스나 애니원 같은 만화 체널을 보더라도 더빙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공중파는 예전부터 더빙하는 것이 당연시 여겼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영화에서의 더빙버전은 당연한 소리일 수도 있다.
두번째로 의외로 많은 홍보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의 목소리 출연은 메스컴에 홍보수단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는 흥행과 연결되어 성공을 예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 성공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빨간 모자의 진실'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동화 '빨간 모자'를 헐리웃 방식에 맞게 비튼 작품이다. 우리는 '슈렉'을 통해 동화 비틀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뻔한 동화 스토리가 적힌 동화책을 '뿌욱~' 찢어 볼 일 보는데 사용한다. 이는 이 작품이 동화를 비틀겠노라 미리 이야기한 경우이다. 디즈니의 주인공이 떼로 등장하면서 패러디는 절정에 다다르고 예상과 다른 결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2편의 겁나먼 왕국 역시 동화 패러디를 다시 보여주고 있고 거기에 '장화 신은 고양이'의 케릭터를 패러디하기에 이른다.
그런 것을 볼 때 ' 빨간 모자의 진실'도 슈렉만큼이나 강력한 패러디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우선 어리숙한 숙녀 '빨간 모자'는 겁을 상실한 용감무상하다 못해 당돌한 소녀로 등장하고 , 빨간 모자의 할머니(이 작품에서는 '퍼켓 할머니')는 알고보면 무술에 능통하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이다. 거기에 도끼맨은 사실 무좀약 광고 출연때문에 연기연습을 하던 중 범인으로 몰리게 되었고, 동화속 유력한 범인 늑대는 이 작품에서는 요리 비법책에 관한 행방을 취재하는 기자로 나온다. 이들의 알리바이는 매우 틀리지 않고 정확하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지?
사실 친절해 보이는 사람이 항상 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누구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가장 친절해보이고 이들 네 명 이외에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 뜻밖의 범인이라는 것만 말하겠다.
작품은 동화를 비틀면서 다른 식의 결말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요즘 너무 잇다른 동화 패러디에 한 편으로는 기대를 걸다가도 작품을 보고나면 실망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문제는 작품성이 아니다.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리뷰를 읽고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잘 알 것이다.
바로 더빙 문제이다.
빨간 모자 역에 강혜정, 퍼켓 할머니의 김수미, 폴짝이 역활에 임하룡, 다람쥐 사진사 역의 노홍철까지... 보도자료나 일부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 그나마 최근에 나온 연예인 더빙 작품들 중에서는 최고이고 구성이 잘 이루어졌다고 이야한다. 필자도 어느 정도 그 말에는 동감한다.
문제는 일부는 긍정적으로 이작품을 보지만 일부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강혜정의 더빙 실력이 별로였다는 평가가 의외로 많다. 그에 비해 노련미가 있는 김수미와 임하룡은 나름대로의 에드립을 잘 이용하여 헐리웃 작품이지만 한국식으로 맞추는데 노력을 하였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어울리는 케릭터는 역시 노홍철이다. 빠른 말놀림이 이런 작품에서 이렇게 쓸모가 있다는 것을 노홍철 본인에게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필자는 이게 강혜정의 문제가 아니라 연예인 성우와 일반 성우의 더빙 호흡이 잘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이들 네 명을 제외하고는 베테랑급 성우들이 주요 역활을 맡았다. 그런점에서 볼 때 내공이 있는 베테랑 성우와 연예인 성우가 같이 한마음으로 더빙을 한다는 것은 참 힘든일이다. 그러고 보면 얼마전에 이야기했던 김상현과 김기현 같은 성우 겸 배우들이 오히려 이런 작품에는 매우 큰 역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한 문제점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어느정도 쏙쏙 들어오지만 노래들은 그렇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오프닝 부분에 빨간 모자가 부르는 노래는 당연히 강혜정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더빙 작품의 경우 더빙 역활과 노래 부르는 더빙은 같은 주인공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는 경우도 있다.(예외적으로 '달빛천사'의 이용신 씨 처럼 주인공과 노래를 직접 겸하는 경우도 있다./이 '빨간 모자의 진실'의 앤딩 크레딧에서는 이용신 씨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같은 분이라면 솔직히 실망이라는 생각도 들겠다.) 필자가 생각할 때 성우가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출연한 배우나 연예인이 노래를 부르는 경우 좀 어색한 감이 있기도 하다. (다만 가수가 그 작품의 더빙 주인공이라면 그나마 봐줄만하다.)
디즈니 작품처럼 국내가 되었던 외국이 되었건간에 노래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완벽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아본다. 만약 그 작품에서 흘러나왔던 원래 그 노래가 그렇게 엽기적이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원곡을 망치는 국내 더빙 주제가는 그렇게 환영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뻘간모자의 진실'에서 명장면이라면 빨간모자와 산양아저씨와의 대화장면인데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산양아저씨의 노래 장면은 헐리웃판과 국내판 모두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빨간모자의 진실' 영문 사이트로 들어가서 직접 그 장면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 http://www.hoodwinkedthemovie.com/)
그리고 더빙에 대한 몇가지 생각 더...
홍보효과나 흥행을 목적으로 둔 연예인 더빙은 줄였으면 한다.
다만 이 사람이 정말 그 작품에 어울린다면 예외를 둘 수 있겠지만 순전히 홍보목적으로, 흥행목적으로라면 그냥 국내 상영을 포기하던가 베테랑 성우를 기용해주길 바란다.
필자는 작년 '스펀지 밥-극장판'을 보고 무척 즐거웠던 사람이었다.
물론 원래 오리지날 스펀지 밥의 목소리인 톰 케니가 아니긴 했지만 국내에는 그의 목소리를 대신할 수 있었던 성우 김승준이 있었기에 그렇게 맥빠지는 극장판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베테랑 성우의 더빙은 참으로 중요하다. 물론 일부 스타급 배우들이 들어 갈수는 있다. '스펀지 밥-극장판'에도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가 나왔고 '개미'에는 우디엘런, 실베스타 스텔론을 들을 수 있었으며 '빨간 모자의 진실'(원제는 'Hoodwinked'☞직역하면 '속았지롱!'이란다.)의 경우 클렌 클로즈, 앤 해서웨이 같은 명배우들이 참여했는데 이 정도라면 봐줄만하지만 스타급 배우들도 적당한 선에서 출연해야 한다는 점은 헐리웃이건 국내이건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더빙 문제와 패러디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더빙이 연예인들 구색 맞추기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바램이고 사실 '슈렉' 만큼의 패러디와 풍자가 없는 것 같다. 이런 작품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갖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