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나 망설이다가 내가 사는 창원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해서 아침 일찍 갔다.영화는 시작부터가 강렬한 음악과 영상으로 출발했는데 우리나라 영화의 고질적인 질질 끄는 맛도 없었고 조금도 늘어지지 않았다.대부분의 우리나라 영화는 중간에 잠시 졸아도, 화장실을 다녀와도 내용파악에 별 문제가 없기 일쑤였는데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마다 무의미한 것이 없었고 놓치기도 아까웠다.다소 코믹하기도 하고 싸이코같기도 한 연산군을 정진영이 아닌 박중훈이나 차승원이 맡았더라면 큰일날뻔 한 느낌이었다.정진영이었기에 녹수의 치마폭에 들어갈수도 있었지 차승원이었다면 징그럽지 않았을까.정진영에게서는 서영춘의 모습도 느낄수 있었다.육갑의 대사에서는 안어벙과 비슷한 말투도 느낄수 있었다.연산군도 애처로웠지만 녹수조차도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궁길에게 누명을 덮어씌우려 하다가 실패하고 장생에게 기생출신이라고 면박을 당하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로웠다.마지막 장생이 줄타는 것을 연산과 함께 궁길과 장생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연산과 녹수의 눈빛이 너무나 처연하게 보였다.이 영화에 있어서 동성애 어쩌고 하면서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것처럼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아침에 한번 보고 오후 늦게 또 보고 싶어 다시 극장에 가서 두번 더 보았다.같은 영화를 세번이나 보다니.그것도 국산영화를.우리나라 사람이 어색한 양복에 몸을 맞추어 입은 듯한 영화, 실미도를 보고 실망도 하고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역시 큰 감동도 받지 못했던 나였는데 왕의 남자는 참으로 대단한 감동이었다.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요즘 우리나라 영화는 만화보다도 더 빈약한 스토리구성이 많은것 같다. 두번째 볼때는 배우들 표정도 좀 보고 생각도 하면서 볼 수 있었는데 세번째 역시 긴장하면서 볼 수 있었다.관람후 며칠씩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얘기를 할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었다. 월드컵 축구얘기기를 할 사람은 충분히 넘치지만 내가 받은 감동을 같이 나눌수 있는 사람이 내 또래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왕의 남자는 볼수 있다면 몇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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