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개봉한 영화 중 단 한편의 영화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이 영화가 떠오른다' 는 어느 평론가의 말 처럼 며칠전 골든 글로브를 비롯해 베니스 영화제, 비평가 협회, 제작가 협회등 2006년 전세계 모든 영화제를 모조리 이미 석권하고 모레 열리는 아카데미상 또한 거머쥘 것으로 확실시되는 그 영화. 개봉당시 69개 상영관으로 흥행 톱 10위에 듦으로서 CNN선정 2005년 뉴스 3위에 오른 기적같은 영화.
거대한 대자연이 숨쉬는 록키산맥의 [브로크백 마운틴] 어귀에서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본다. 그 야생 속에서 가난하고 외로운 두 남자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여름 한 철, 양떼를 몰고 이산에서 저산으로 유유히 움직인다. 추위속에 밤새도록 양떼를 지키고 아침에 선잠에 빠지고 낮에는 다시 양 떼를 몰면서.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에니스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잭. 두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조금씩 우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어느 추운 밤에 자신도 모르게 격렬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육체적 관계에 빠진다. 수천년 이어온 인류의 금기인 동성애를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은 '그건 실수' 였다고 부인하면서 어색함을 웃어 넘기려 하지만 대 자연속에 이미 발가벗겨진 두 외로운 영혼은 그것이 동료애인지 무엇인지 모른채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방목 철이 끝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그저 보통 남자들 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살아간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사람. 다시 운명적인 감정들이 살아나고 그로부터 두 사람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에 스스로를 던져버리고 두 남자와 각자의 가족들은 헤어날 수 없는 불행으로 달려가는데..
사랑은 때론 뒷문으로 다가와 둔기처럼 머리를 때린 후 칼날처럼 심장을 도려낸다. 불륜을 사랑으로 믿고, 금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수 많은 진실과 거짓과 착각 속에서 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영혼을 울리며 만난 두 사람이 하늘이 그어놓은 금기를 넘고 인류가 닫아놓은 틀조차 어찌 할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 이라는 것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사랑은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둘이면 그 사이 공간에 언제든 존재 할 수 있는 두 영혼의 교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이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사랑이라는게 육체적인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同性과 異性의 차이가 무엇이랴.
그것이 비록 우리의 관점 상 낯설어서 토할 것처럼 구역질 나는 사랑일지라도 운명이란, 그리고 사랑이란 그 두 영혼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버팀에 되어 서로를 받쳐준다.
광활하고도 답답한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경 속에서 아주 짧은 시간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남자. 그 우정이 평생을 두고 서로의 가슴을 울리는 영혼이 되고 눈물이 되고 사랑이 된 두 남자. 죽음같은 금기의 사슬을 끊고 서로에게 달려가지만 운명은 더 단단한 사슬로 가로막는다.
영화는 두 남자의 사랑처럼 담담하게 시작해서 막막하게 이어지고 끝내 먹먹한 가슴만 남게 되는가 싶더니 영화가 완전히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도중에 눈물을 쏙 빼놓는 보기드문 내공을 보여준다. 끝나고 나서야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 영화의 놀라운 엔딩 두 곡은 머리에만 머물던 감정의 온기를 한 줌 남김 없이 목을 타고 가슴으로 흐르게 만들고 마치 약한 불에 하염없이 보글거리다가 강한 불에 주체할 수 없어 터져나온 기포들 처럼 사정없이 감동을 우려낸다.
서로의 사랑이 서로의 삶을 망가뜨리고, 원망하고, 기다리고, 지치게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두 사람의 삶을 바라보면서 '사랑은 남녀가 하는 것' 이라는 선입관을 넘어서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 것' 이라는 보다 광활한 사랑의 개념을 가슴속에 새겼으면 하는게 필자의 바램이다.
PS)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일어서 나가면 이 영화는 보지 않은 것과 같다.
Filmania cropper ('와호장룡'으로 못다한 아카데미 수상을 이번엔 이루시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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