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다는 무성한 입소문에 한껏 들떠 이 영화를 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휴지를 손에 말아 쥐고 울음을 터트렸다. 아마도 꽤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모든 영화는 인간을 이야기하지만, 표현방식은 모두 다르다. 어쩔 수 없이 영화 속 인간들은 방금 나를 스쳐 지나간 일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배우’같은데, <브로크백 마운틴>속의 인간들은 ‘배우’가 아니라 ‘일상적 인간’이다. 내 친한 이웃이나 친구가 아니라 생판 모르는 나와는 상관없는 수많은 인간들 중에 하나. 그들이 허용되지 않는 사랑을 하든,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하며 허무하게 웃든, 연인의 옷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 생생하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하므로.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니까. 저기서 저렇게 사랑을 하고, 약간 바보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에니스도 잭도 아닌 나인 것만 같다.
영화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정말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영화다. 아무런 조미료가 없다. 그래도 나처럼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사람들은 모두 외로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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