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피로연이라는 영화로 이미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 이안 감독.
그의 또 다른 동성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결혼 피로연에선 새로운 가족 관계에 대한 감독의 통찰력이 돋보였다.
그래서 참신하고 그래서 새로웠다.
하지만 이 작품은 뭔가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불길 같은 사랑을 하고 그들이 선택한 삶이라는게, 평이하기 그지 없었다.
반복되듯, 나열된 에피소드는 극을 발전시킨다기 보단, 여전히 답답한 두 사람의 생을 무료하게 그릴 뿐이었다. 감독은 두 남자가 하룻밤을 보낸 뒤, 맹수에게 먹힌 양의 모습과 어린 시절 동성애자로 소문나 살해당한 남자의 장면을 넣어, 잭(맞나?)의 죽음을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것도 무척이나 갑작스럽고 황당한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죽음이라는게... 특히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게 그렇게 갑작스럽고 황망한 것인지...
남편의 외도 상대가 남자인 것을 안 에니스의 아내가, 이혼 전에는 암말 안 하다가 재혼 후, 것도 새 남편의 집에서 그의 동성애를 꾸짖는 장면은 여전히 의문이다. 아내가 알게 된 후의 극적인 긴장은 갑작스런 이혼으로 날려보내고, 다른 남자와 살면서 뜬금없이 이를 문제시 삼는 것은...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결혼 피로연을 생각하고, 감독의 또 다른 동성애론을 보고자 했던 나로서는 정말이지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오스카를 받고,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고 해도, 내가 이 영화에 줄 수 있는 별은 딱 두개다. 별 하나는 묵묵히 지나감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냈던 양들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잭이 입었던 청자켓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늘 기쁨만 안겨주던 자식의 배반처럼, 늘 즐거움을 주던 이안 감독이 왜 이런 우를 범했는지 아직도 의아하다... 가서 따져 물을 수도 없고... 음... 암튼, 쓰리고 아팠다. 재미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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