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남자 리뷰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1. 장생의 공길
공길을 향한 장생의 사랑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조건적인 사랑, 혹은 헌신적인 사랑이다. 그것을 보고 사랑이냐, 연민이냐, 가족같은 혹은 형제같은.. 친구같은 감정이냐. 따지려 한다면 예끼 이놈...이 아닐 수가 없다. (아니면 장생이 주리로 후려칠지도 -_-) 누가 봐도 그것은 인간과 인간에 대한, 남성과 남성성을 초월한 인간과 인간사이의 감정 . 차마 타인이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그런 감정인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것은 고귀하고 영롱한 순수의 극치. 필자가 그리 생각하는 이유인 즉, 남자라는 성을 가지고 태어난 장생. 이성으로써만 공길을 사랑했다면 공길이 윗옷을 까고, 이불을 걷어차고 자는 와중에 그를 탐하고 말았지(관객들도 침을 질질 흘릴판에) 그리 이부자리만 개켜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벗뜨. 이 남자 공길이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또 함께 도망치고, 공길이 매 맞을 거 제가 다 맞아가는 공길이만 행복하다면표의 시츄에이션. 그렇게, 사랑하는 법은 알고 있으나 사랑을 가질 줄은 모르니 공길이 마음을 그토록 애닳게 하였다. 그런 공길이의 섹시한 자태에 남자로써 넘어가지 않은 장생은 어찌보면 무딘남자고 눈치도 없고; .. 그는 너무 정직했다.
2. 공길의 장생
장생을 향한 공길의 사랑을 말하자면 소극적이긴 하지만 아주 간결하고 대범하다. 우리가 남여 사이의 감정을 잡아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가. 장생의 마음이 굉장히 넓고 광활한 태평양이라면 공길의 감정은 말 동해안 쯤 되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감정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생의 그 큰 품에서 공길이가 유유히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쯤으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사랑하는 것. 일반적인 사랑이다. 갖고 싶고, 곁에 있고 싶고, 또 그분의 것이 되고싶고, 이것은 바로 '나 잡아잡숴 주삼' 씬에서 나오는데 그렇게 여성스럽고 꼼꼼한 공길이가 이부자리 걷어차고 옷까지 들춘 채 잠든 "척" 하는거 보면 이거 완전 여우가 따로 없지 않은가.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공길이야 말로 내숭백단. (애인 없는 왕폐님들 공길에게 전수 받길) 남여 후려갈기는 솜씨가 장녹수 저리가라니 말 다했다. 내가 보기엔 팔방미인이라 남자로 태어난 게 안타까울 뿐. 그 점쟁이 말대로 여자로 태어났으면 왕하고도 붙어먹을 팔자라니까.. 시대와 성을 잘못 태어난 듯, 혹시 공길이가 이준기로 환생한거 아닐까..? 라는 재밌는 생각을 해 본다.
3 .연산군의 공길
애정결핍증. 연산군을 보면 늘 떠오르는 단어다. 모정에, 굶주려 하는 행동들을 보면 (영화에선 다소 귀엽게 그려진 부분도 있지만) 장난이 아니다. 공길을 향한 그런 연산군의 마음을 한마디로 정의내리자면..... -어렵다- 쉽게 말하자면 어미를 향한 마음이고, 어렵게 말하자면 다소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간단히 화살표로 나타내자면 광대-> 여자같은 광대에 대한 호기심-> 외로움을 달래주는 소꿉친구와의 아련한 정-> 장생과 공길의 사이를 깨달은 후 치밀어 오르는 질투(친구끼리도 질투를 하죠) -> 우정의 선을 넘어선 애매모호한 감정 (자신도 알 수 없음 ) /이 사이에 마음의 위안도 얻죠-> 결국은 사랑아닌 사랑으로 끝을 맺는데, 가질 수 없음에 아파한다. 또 그에게 다 퍼주고 싶어하며,(사랑에 빠진 자들이 하는 행동이죠) 더 줄 수 없음에 아쉬워하고, 눈에 없으면 불안하다. 배우 정진영씨는 이리 말했다죠? 연산군은 사랑받아 본 적이 없어 사랑할줄 모른다. 공길이를 사랑한 게 아니다. 라고, 내 생각은 감히- 조금 다르다. 녹수도 그를 사랑했고, 죽은 그의 어미도 그를 사랑했을 테고, 또한 공길이 역시 그를 사랑했다.(그 사랑이 이성간의 사랑이 아닐지라도 사랑은 사랑이다) 인간은 단 한번도 사랑받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된다. 연산군은, 사랑받았으나 그것이 사랑인줄 몰랐고, 사랑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시작은 소꿉친구였다가 어미의 모습까지 봤을지 몰라도, 마지막엔 아마 공길을 공길이라는 인간만으로써 사랑하지 않았을까?... 친구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공길이기 때문에-
4. 공길의 연산군
연산군에 대한 공길의 마음은 어미같은 마음이다. 그는 어미같은 마음으로 연산군을 품에 안고 있지만 자신이 해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애처로워 한다. 엄마가 아이를 즐겁게 해주듯 인형놀이를 보여주고, 또 아이를 보듬어 주듯- 연산의 상태와 흐르는 눈물을 찍어 확인함으로써, 장생 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가지는 것이다. ".. 이 사람 내가 지켜줘야 할것 같아..." 라는.. 책임감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내게 기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감 또한 커지기에 공길은 장생에게조차 궁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한다. 또, 하나 공길은 연산으로 하여금 깨어나게 된다. 여성스럽고 장생에게 보호만 받던 그는 자신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연산으로 하여금 남성성을 깨닫게 되고, 본능적으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그런 연산군에 대한 감정과 장생에 대한 감정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공길 스스로에게 필요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장생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연산은 장생과 공길을 연결해주는 또 하나의 매개체이다.
5. 연산의 녹수
공길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녀는 말 그대로 엄마였다. 젖줄까 우리 애기~ 라는 씬에서 볼 수 있듯이 왕에게 감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왕보다 높은 지위에서 그를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왕이 연산군일지언정, 연산군의 왕은 어미처럼 그를 대하는 녹수이다. 연산군에게 미친놈이라고 내뱉을 수 있는 것 또한 녹수 자신이 연산군의 여자를 넘어선 자리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큰 잘못을 하고 돌아와도 언제나 받아줄 준비를 하고 있는 녹수... 그녀는 연산군 엄마의 분신과도 같으며 연산군의 도피처이자, 마지막 안식처이다.
6. 녹수의 연산군
연산군에 대한 녹수의 마음은 공길의 장생을 향한 마음과 비슷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 왕이기 이전에 녹수에게 연산군은 한 남자이고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질투하고, 시기하며, 배신감도 느낀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 또한 질기고 끈끈하기에 죽음 앞에서도 연산군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그를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가장 완전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
리뷰를 사랑이라는 초점에 맞춰 쓰게되었다. 왕의남자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묻어나는 영화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봐야하고, 사랑하는 친구와 봐야하고, 또 사랑하는 가족들과 봐야한다. 왕의남자는 '감정' 이라는 굴레에 맞춰 돌아가며 그 중심에 네명의 인물들이 서 있는 것이다. 복잡하면서도 참 어려운 그들의 감정선에 머리가 뽀개질것 같았는데, 이렇게나마 정리해 놓고 보니 영화를 보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또 편안해졌다... 또 마음껏 감정몰입을 한 후 눈물 흘릴 준비까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자, 혹은 사랑할 자, 사랑했던 자... 그 모두가 봐야할 영화. 왕의남자를 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리고 느끼자...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받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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