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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윤회설 사랑을 놓치다
kharismania 2006-01-12 오후 6:11:21 8964   [9]


 사랑은 그 자체로도 순수한 감정이다. 그리고 사랑은 완성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한다. 사랑은 적당한 만용이 있어야만 쟁취가 가능한 법. 언제나 그렇지만 호감에서 출발하는 이 감정은 사랑이라는 심증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움직여지지 않는 법이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확증되었다고 해도 적당한 타이밍을 만나지 못하면 지난 추억 속의 짝사랑으로 박제처럼 남겨지는 것이니까.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아픔을 동반한다. 용기가 있어도 때가 따라주지 않으면 손을 뻗어도 멀어지고 때가 따라줘도 용기가 없으면 점점 다가와도 스스로 물러나게 되는 법이니까.

 

 사랑을 놓치다. 누구에게나 사랑을 놓친 기억은 존재할 것이다. 사랑을 받았든 사랑을 했든..함께였든 혼자였든간에 그 사랑이라는 감정자체가 멀어져가는 아득한 상심의 기억은 누구에게든 존재한다. 사랑은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바람처럼 날아와 버리니까. 마치 큐피트의 화살처럼.

 

 어쨌든 어물쩡하면 지키려던 사랑도 봄날의 벚꽃 피듯 화사하다가도 어느 새 다 흩날리듯 사라질 수도 있고 쓸쓸하게 홀로 지켜보려던 사랑의 감정도 시간이 지나 그 상대가 멀어져갈 수록 가을날 낙엽진 나무처럼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감정의 쓸쓸함만이 존재할 수도 있다.

 

 한 남자가 있다. 영화는 이 사내의 이별로부터 출발한다. 사내는 그 이별의 슬픔에 못 이겨 술을 먹고 헤어진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들려오는 것은 끊겨지는 전화음과 메아리처럼 울리는 전화음뿐..여자가 떠난 뒤 남자에게 남겨진 건 끝없는 상처와 아픔인 듯 했지만 시간은 그 상처를 아물게 하고 아픔을 달래준다.

 

 한 여자가 있다. 영화는 이 여자의 짝사랑으로부터 출발한다.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지만 그 연민의 상대는 자신의 사랑이 부서짐에 대한 슬픔에 허덕이고 있다. 그 틈새를 파고 들어갈 법도 하건만 여자는 그 남자의 슬픔만큼이나 아득한 자신의 짝사랑의 고독함을 탈피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그리고 짝사랑은 허무한 갈망처럼 여자를 맴돌지만 시간은 그 감정을 희석시키며 여자의 사랑을 추억처럼 인생 저편으로 숨겨놓는다.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오랜 시절이 지나고 남자에겐 우정이었던 그녀와 여자에겐 사랑이었던 그가 우연히 인생의 갈림길에서 교차로를 만났다. 우연한 만남은 둘 사이의 추억을 하나하나씩 끌어내며 다시 예전처럼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서로의 빈 마음을 채워준다.

 

 사랑이라는 싹은 본인의 의지가 밑바탕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운다. 그러나 꽃을 피울 시기를 모르고 지나치거나 꽃이 필 시기가 되지 않았을 때 꽃을 기대하면 안 되듯 사랑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회는 시간이라는 부연 조건을 동반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인연들과 조우한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중 나와 인연을 맺는 사람들은 엄청난 기적과도 같은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중 사랑으로 맺어지는 인연은 더욱 빛나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감정이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이 아닌가 싶다. 사랑이란 말이다.

 

 이 영화의 사랑설은 윤회에 가깝다. 죽은 듯 죽은 듯 하면서도 윤회하듯 살아나는 사랑의 감정은 시간을 타고 흐르며 성장하고 자라난다. 인생의 경험으로부터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하나하나씩 배우고 자라나는 자신만큼이나 감정도 자라나고 성장한다. 무엇이 소중한가를 배우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도 깨닫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소진해가던 자신들의 감정을 죽이고 살리며 서로에게 서로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통해서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이 영화에 지독한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극 중 인물들의 슬픔이 있지만 그 감성의 방향만이 존재할 뿐 관객을 향하지는 않는다. 관객은 철저하게 영화를 지켜볼 뿐. 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의 단점이 되어주지 않는다. 영화는 잔잔하게 감정을 물 흐르듯 흘리며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영화로의 몰입을 부여한다. 또한 단조로움의 단점은 위트있는 대사와 상황의 의외적인 요소로서 커버가 된다. 적당한 웃음을 흘려넣으면서 진부할 법한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극중 인물의 감정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영화는 그럴 듯한 모양새가 나온다. 설경구와 송윤아의 연기도 좋지만 중견배우들의 연기 역시 상당한 호감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멈추지 않고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지는 것은 배우들의 관록있는 서포트의 힘이다.

 

 영화는 영화다운 결론을 낸다. 허나 결론은 조금 아쉽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해피엔딩의 자제였으면 했는데 말이다. 물론 이 영화의 끝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가 마지막 한마디를 더 하기 전에 마무리 지어졌다면 더욱 좋은 여운을 남기는 문장력으로 남지 않았을까. 물론 영화는 영화만의 이야기를 하는 법이라지만 말이다.

 

 사랑은 잡기는 힘들지만 놓치기는 쉬운 법이다. 잡으려 하다가도 손이 뻗어나가질 않고 손을 뻗으려 하면 저만치 멀어져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눈앞에 있다가도 사라지는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신기루에 한번 속았다고 해서 보이는 모든 것을 신기루 취급할 수는 없듯이 사랑에 한번 미끌어졌다고 해서 사랑을 외면할 수는 없다. 사랑하다가 이별해도 후회가 남고 사랑해보고 싶다가 못 해도 후회가 남는다. 그럼 어차피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랑을 놓치지 말길. 언젠가 운명처럼 그 사랑이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에게 영화같은 우연한 인연이 보장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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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ter71
그림이 깨졌네요 좋은 글인데 옥에티 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네요 오류그림 수정해주세요   
2006-01-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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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놓치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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