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왕의 남자를 한번 더 보고왔습니다.
뭔가 끝이 아쉬워서-, 그러니까
여운이 강하게 남는 영화라서, 그래서 보고왔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그냥 휙휙 지나가버렸던 장면들이,
다시 보니까 마음을 강하게 잡아 끄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한번 더 보고싶다는 마음이 또 굉장하네요.
영화의 중심이 되는 네 명의 인물, 그 중 특정한 인물의 시선으로만으로는
이 영화를 설명하기 무리인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영화의 중심이 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장생과 공길의 사랑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봤다는 사실이
두번째 본 지금 살짝 후회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동성애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러기에는 뭔가 다른-,
헌신적이고 숭고한 우정 이상의 감정이라고 하고 싶네요.
영화의 첫부분에서 부터 장생의 공길에 대한 헌신적인 애정은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양반에게 몸을 팔러 가는 공길의 다리를 붙잡는 모습,
결국 참지 못하고 공길을 데리고 나오는 모습 등등
그러한 애정은 영화 마지막부분까지 볼 수 있죠.
감우성씨-, 정말 연기 참 멋지게 하셨습니다!
정말 장생이라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그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잘 소화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봐도 정말 ㅜ.ㅜ
장생은 어렸을 때 금붙이를 훔친 공길을 대신해
몽둥이로 입을 얻어맞아 그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공길은 그 상처를 보면서, 당연히 미안함을 느낄수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그 상처에 대한 죄책감만이 공길이
장생 곁에 있는 이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볼 때는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던, 연산 앞에서의 첫번째 인형극 장면.
영화의 첫 부분에서 피가 묻은 공길의 손과 얼굴을 씻어주던 장생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바보같이 오늘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른점이 있죠. 남자 인형이 얼굴을 씻어주고 나서
여자 인형은 스스로 남자인형한테 안깁니다. 그리고 남자 인형은 그 인형을 감싸안아줍니다.
또 허리까지 이불을 드러내놓고 자는 공길의 이불을, 옆에서 장생은 끌어올려줍니다.
그 다음에 카메라는 눈을 뜨고있는 공길의 모습을 화면에 잡습니다.
처음에는 '덮어줘서 깼구나'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 이전부터 공길은 깨어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공길은 장생의 사랑을 느끼는 것을 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좀 더 자신에게 가깝게 다가와 주길 원하고 있었던 거라고-.
어머니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외로운 왕 연산과 그의 애첩인 녹수.
한편으로는 미친듯한 광기를 보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애정에 목마른 철없는 아이.
자신 앞에서 손목을 긋고 인형극을 하다 쓰러진 공길을 향해
왜!!!!!!!!! 라고 울부짖던 연산의 절규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문에 손을 대고 걸어 가는 장면. 처음에는 외로워서 그런가보다- 라고 대충 넘겼지만
문살 사이로 퉁퉁 튕겨져 나오는 자신의 손가락처럼,
장생과 공길의 사이에는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한없이 초라해진 모습의 연산이 보였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입니다. ㅡㅡ;)
그 길로 녹수에게 가서 그녀의 치마폭 안에서 흐느낀 연산의 모습-
그리고 미친놈 이라는 말과 함께 그를 받아준 녹수의 모습-
그 이전부터 울고는 있었지만 그 장면이 또 한없이 슬퍼만 보이더라구요.
오직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연산을 치마폭에 넣고 흔들었던 종전의 녹수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점을 많이 느꼈죠. 마지막에 신진세력들의 혁명 현장에서
연산 옆에 끝까지 남아있던 사람은 단 한 명, 녹수 뿐이었으니까요.
마지막 장면. 맹인이 된 장생과 공길이 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처음과는 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답니다.
'어떤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가는것을 못 보고..' 라는 장생의 대사에
울면서 뛰쳐나오며 '야 이 잡놈아! 눈이 머니 그렇게 좋으냐?'라고 울부짖는 공길의 모습.
니가 말하는 그놈 마음을 훔쳐간 잡놈은 장생 본인이라고.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요?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나겠다는 두 사람.
장생과 공길은 그렇게 서로의 존재의 이유가 되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줄 위에서 높이 뛰어 오르던 장생과 공길의 모습.
그리고 장생, 공길, 육칠팔패거리가 함께 신나게 어울리면서 올라가던 엔딩 크레딧까지.
여운이 정말 많이 남아서 몇자 끄적끄적해봤습니다.
다시 보면 더 많은 것들을 찾고, 그걸 보면서 또 울고, 그럴 수 있겠죠.
왕의 남자 재관객수가 굉장히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각 인물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면 느낌이 서로서로 많이 다르거든요-
장생, 공길, 연산, 녹수 뿐만 아니라 감칠맛나는 조연이었던 육칠팔 패거리들의 시선까지.
아 처음부터 보니까 뭐라고 썼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 -;
그냥 느낌을 정리해보고싶어서 쓴 글이니까; 막 이상해도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시구;
결론은 한번 더 보러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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