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내내 참 답답하면서 쓸쓸했다.
왜 저렇게 담을 쌓아두고 살아가는걸까?
왜 결혼해서 신혼여행지에 나온걸까?
왜 혼자서 외로움을 자처하는걸까?
왜 사람들과 거리감을 두는걸까?
왜, 왜..
자꾸만 왜라는 질문이 들게되는 화면들,
그런데, 정혜의 일상을 그냥 담담하게 그려내는 듯한 카메라 엥글에,
과거가 잡혔다.
'그래서 그랬구나.'
답답한 똑같은 재미없는 일상에서,
집에오면 늘 홈쇼핑 채널을 무작정 틀어놓고 말한마디 안하고 지내는 그녀가,
그녀가 차마 남에게 말도 못하고 가슴 깊이 가두어 두고 잊으려고 애쓰려했던
과거가...
칼까지 가져갔지만, 차마 어쩌지 못하고 도망나오다가 오히려 그칼에 자기가 다치는 정혜...
가느다란 연약한 팔과 다리에 창백한 얼굴...거기다가 무표정한 표정,,...
그녀는 그냥 자기를 위장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너무 깊이 상처를 받아서,
아무도 모르게 가두어 두고만 있던 그녀,
벽을 몇겹으로 쌓고 또 쌓으면서, 아무도 누구도 못 들어오도록
자기만의 성안에서 조용히 살아가면 될꺼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러던 그녀가 우체국을 종종 들리는 작가 남자에게 저녁식사를 초대한건,
세상과의 화해였을까?
그녀가 다른 사람도 아니라 그 작가에게 손을 내민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동질감이다.
자기와 비슷하게 어눌한 남자, 별다른 말없이 그저 조용히 지내는 남자,
자기처럼 비슷하게 벽을 쌓고 사는듯한 남자에게
어쩌면 그 남자라면, 자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했었던 것 같다.
칼에 손이 찔려 처음으로 오열하는 정혜를 보면서,
이제는 그녀도 표현하고 살기를 바랄 뿐이였다.
놓아줘버린 고양이를 찾으며
또 다른 고양이를 다시 만난다.
자기와 비슷한 고양이를 말이다.
조금 깎아매긴 이유는 여자,정혜라는 제목은
영화를 나타내주기엔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서다.
게다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함은 좋았지만, 조금은 답답하게 지루하지 않나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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