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지의 제왕을 정말 재미있게 본 사람입니다.
제 아이디도 'onering = 절대반지' 으로 할만큼 제 인생의 영화로 꼽히지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끝난 후 피터 잭슨 감독의 차기작이 킹콩이라는 소식이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약간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쌩뚱맞게 킹콩이라니...
외국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sf나 괴수영화는 절대 먹히기 힘든게 사실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스타워즈 같은 대작이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죠.
그러다 어느날 '아일랜드'를 보러 극장에 갔었는데
킹콩 예고편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은근히 기대가 되더군요.
물론, 마지막에 'KING KONG' 이라는 거대한 자막에 극장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었지만...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감명받은 이유는
지금까지 봐온 영화 중에 이처럼 감정이입이 강하게 이뤄진 영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픽으로 그려진 가상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행동으로 속마음이 그대로 보여지는 동물이기 때문에서인지 킹콩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의 마음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빌딩 꼭대기에서 비행기와의 결투...앤의 걱정어린 눈빛을 보고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인지 힘겹게 일어나 서서히 다가오는 비행기를 향해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지만 그 전의 우렁찬 제왕의 소리가 아닌, 힘에 부쳐서 거의 울부짓는 듯한 그 소리가
정말 절절했습니다.
그리고 감상과는 별도로 해서 요즘 이야기와 관련하여 조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킹콩이 태풍과 개봉일이 겹치면서 묘하게 되어버렸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태풍을 아직 안 보았기 때문에 영화 내용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제는 '애국심에 호소하며 한국 영화를 봐달라' 이런 말 안 듣습니다. 특히,
'헐리웃 대작 제작비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돈으로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들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
하는 말은 정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효율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의 영화인들이 형편이 정말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텝들은 정말 고생고생하면서 일하지만 월급은 70에서 80정도? 아무튼 정말 힘들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대부분의 영화들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고혈을 쥐어 짜내며 만든 것인데
과연 '헐리웃 영화의 10분의 1'이라는게 현실적으로 자랑할 만한 일인지?
아니면 정말 효율적이고 독창적인 제작방식으로 비록 적은 제작비이지만 헐리웃에 맞먹는 대작을 만든 것인지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무튼, 태풍 초반에 입소문 안 좋았는데 배급력 하나로 흥행 돌풍 만들어가는 것 보면서
회의가 생겼습니다. 스크린 쿼터제 정말 필요한 것인가...
킹콩...생각보다 흥행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오프닝 성적도 약 5000만 달러 정도..
물론 흥행은 한 것이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말입니다. 3시간의 상영시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지의 제왕3은 오히려 좀더 긴 상영시간에 역대 세계 흥행 2위라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심 기대도 했건만...제 예상으론 미국에서 3억 이상은 못 갈듯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킹콩과 태풍 두 영화 모두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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