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기대 안하길 잘했다. 이 영화 내게는 큰 수확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폐쇄된 공간, 비행기에 타고 있는 그런 특정 상황에서 뭔가 일어나는 스타일의 영화 매우 선호한다. 옛날에 비행기가 공중납치되는 어떤 영화도 보고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조디 포스터. 나이 먹었어도 너무 아직도 예쁘고 정말 지적이다 못해 이 영화에선 카리스마까지 보여준 것 같다. 정말 남편도 죽고 암울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딸이 없어졌을 때의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찾겠다는 희망을 놓지 못하는... 유리창에 하트 표시가 스치듯 눈에 들어온 것, 만약 놓쳤다면 딸의 죽음을 인정했을까??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 때문에 멀쩡하던 사람이 죽은 딸을 못 잊는 미친여자로 취급을 받는다. 우리가 의존하고 맹신하기 쉬운 과학적 데이터. 딸은 베를린에서 남편이랑 같이 죽었다는 그 데이터. 사람을 그 자리에서 병신으로 만들었다.
범인이 정확히 나타나기 전까지 그래 의심은 했지만 나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저렇게 미친듯 포기하지 않고 찾아달라고 애원하는 것 보면 뭔가 분명 있을텐데 그리고 공중에서 뭔가 납치나 테러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갈팡질팡하는 마음에 해결책을 줄만한 아이디어는 없었다. 물론 항상 붙어다니려고 하던 카슨은 처음부터 냄새를 풍기는 독특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눈에 너무 쉽게 들어왔다. 그가 아이들 때문에 자리를 옮기겠느니 하는 말을 꺼낸 것부터 심상치 않았다. 조디포스터가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자리를 옮길리도 없었을텐데... 경황없고 피곤한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건 조금이라도 눈 붙여 뭔가 특정한 일이 쉬이 일어나지 않을 법한 상황속에서 내 문제의 현실을 깜빡이라도 잊을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카슨은 그녀에게 그런 순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딸이 없어졌고...
아무도 딸을 못봤다. 승무원이 수퍼맨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런식이라면 비행기 사양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시스템과 데이터에 의존하는 승무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혹은 못 봤는지도 잘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와 달리 승객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적지에 빨리 가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할테니 잠시 잠깐 만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갖지 않으면 너무 인정이 없네 하는 이런 식의 시선을 주진 않겠다. 하지만 승무원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기장이 내내 외치는 말은 자신은 그 비행기에 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하고 있으니 정신을 차려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야렸지... 물론 결과적으론 그들도 어쩔수 없었기에 승무원 그들을 탓하는건 매우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녀는 비행기 엔진 디자이너라서 비행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쉽게 딸을 찾다 찾다 못해 사별하게 된 남편의 시체까지 찾게 되었다. 일반인이었다면 그냥 눈에 보이는 곳만 찾아 다니고 말았겠지... 어쨋든 그녀가 그 관을 찾고 시신을 찾을 때까지 카슨은 뒤에서 그녀가 달리고 소리치고 포기하지 않도록 종용했을 뿐이다. 세상에 정신병자도 그런 정신병자, 돈에 미친 개새끼가 어디있을까? 열받는다. 근데 그 정도 머리 굴리는 것보다 더 심한 머리굴림이 현실세계에 실제로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도 만들어진 것이니... 사람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그런 생각까지 이 영화 한편을 통해 심각하게 해보게 된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각종 데이터와 시스템. 인터넷 하나만 해도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노출의 크나큰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았나...
엄마의 사랑이 그 위험에서 딸을 구해냈다. 스케일이 작으니 내용이 탄탄하지 않으니 그 점보다 그냥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매우 큰 위험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생각해 보게 만드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천진난만한 딸이 아직 다 안왔냐며 묻는 그 순간 엄마 얼굴에 드디어 행복이 피어난다. 그런 행복 원없이 느끼길 진심으로 바랐다.
엄마... 뛰고 소리치고 전선을 조작하는 조디포스터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에겐 집중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매우 많이 훌륭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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