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귀신의 부류는 흔히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혼자 죽기엔 너무도 아쉬워서 현세를 떠돌며 산자의 목숨이라도 하나 건져보겠다고 오만인상 다쓰면서 사람들을 공포롤 몰아넣는 악령이나 망령의 부류들..
혹은 사람보다 사람같은 모양새로 단지 영혼이라는 것에 차이를 두어 현실안에서 살아있는 자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드는 순수한 영혼들..
솔직히 현실에서는 몰라도 영화에서만큼은 죽음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은 상당히 무뎌진 면이 있다. 더이상 신선하지도 새롭지도 않다는 이야기..
어쩄든 이런 특이한 고리타분함으로 우리에게 어필해보고자 하는 영화가 또 등장했다. 물론 산자의 발목잡고 저승으로의 동반여행을 꿈꾸는 망령의 등장을 예상하는 이들은 없을거라고 믿는다. 제목부터 봐도 그런 때깔은 상상조차되지 않을테니..
해마다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의 타이틀을 목에 걸고 극장가에 들이대는 영화는 수없이 많다. 이 영화도 솔직히 그런 영화의 부류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벗어나서는 안되는 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는 그래도 인연의 끈을 오밀조밀하게 엮어놓고 살며시 풀어내는 순간의 감동을 관객에게 주입하고 싶어한다. 또한 영혼으로써의 여자가 인간으로써의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벌어지는 둘 사이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진수성찬처럼 늘어져 관객에게 박장대소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코믹함이 서려있다.
허나 스토리라인에서 느껴지는 두 남녀간에 친밀한 인연이 만들어져야 할 이해력의 전달은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다. 엘리자베스와 데이빗의 인연에 태클을 걸자면 다리가 부러져도 할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설득력이 완전 떨어지는 형세는 아니다. 그냥 적당한 이유와 우연성과의 협력관계를 조성하여 그럭저럭 영화의 조임새를 끼워맞추는 식도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유명작가인 마크 래비의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if only it were true)'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같은 유명 소설의 영화화는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지만 조금 원작의 느낌보다 떨어지는 것 또한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이겠다.
엘리자베스 역으로 출연하는 핑크빛 말괄량이 '리즈 위더스푼'과 데이비드 역으로 출연하는 '마크 러팔로'는 믿을 수 없는 만남에서 출발한 둘의 인연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순간까지의 귀여운 에피소드를 달콤하게 연기하고 있다.
딱히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영화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보기 좋고 연인끼리 무난하게 기분내면서 보기 좋은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귀신이 산다'의 코믹함을 살짝 덜어내고 '사랑과 영혼'의 애절함을 덜어내서 믹스한 영화라고 보면 된다.
영화의 해피엔딩이 눈에 거슬리거나 그냥 그렇게 뻔한 영화였음에 실망한 이들에게는 자신의 기대감을 영화에 따라서 조절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영화 뻔하지 않은가. 그런 뻔한 영화보고 나서 뻔해서 실망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 않을까. 분명히 그건 자신이 보지 말아야 할 영화를 보았을 뿐 영화에게는 죄가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