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흙빛이 지배하는 사막 같은, 그래서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그런 세계.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면 나는 어떠할까. 제빼게노처럼 지배할까, 베네처럼 운명을 바꾸려 할까, 부스까페처럼 숨죽여 지켜볼까.
‘반지의 제왕’ 다음가는 수작으로 뽑혔다는 광고 문구를 두고 궁금했었다. 무엇이 이 먹물 같이 어두운 영화에 열광하게 만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마케팅 직원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전’이란 이름으로 공개한 ‘게임의 법칙’이나 ‘나에게 오라’ 식의 결말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신이 버린 도시를 ‘신의 도시’로 명명한 그 역설적 표현처럼 우리 삶 자체를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지.
어린 시절부터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것 같은 악한이었던 제빼게노는 시티 오브 갓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되고 제빼게노의 지배하에 시티 오브 갓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게 된다. (비록 마약은 팔았지만 ㅡ.ㅡ) 시티 오브 갓 내에서 벌어진 온갖 부정한 일들을 평정해 갔고 도시는 표면상 평화로워 보였다. 그 가운데 그와 함께 했던 유일한 친구인 베네는 그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회의를 느끼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길 꿈꾸며 떠나려 한다. 그의 환송회가 벌어지는 클럽, 오랜만에 듣는 staying alive에 흠뻑 빠져 있을 때, 베네는 죽는다. 현란하게 돌아가는 싸이키처럼 정신을 못 차리는 제빼게노. 그는 베네의 중재로 중단되었던 전쟁을 다시 시작한다. 반대파 산드로도, 연인과 가족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든 마네 갈리나도 제빼게노와 마찬가지로 싸우는 이유의 표피만 남긴 채 죽고 죽이는 상황에 익숙해져 간다. … 그리고 결국 모두 죽는다. … 시티 오브 갓의 오랜 전쟁은 끝났지만, 이 암울한 도시가 꼬맹추 패거리(이런 당황스러운 번역! ㅡ.ㅡ;;)에 의해 여전히 정의도 없고, 진정한 삶도 없는 ‘신이 버린 도시’일 것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제빼게노가 애니어그램 테스트를 받는다면 아마 ‘8유형, 천성이 나쁜 놈’ 쯤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혀를 찼지만 그 역시 좌절감만 남기는 불행한 사회에서 태어난 불행한 자였다. 언제나, 정작 무섭고 또 슬픈 것은 망가지는 것을 모른 채 망가져가는 것이고, 망가뜨리는 것을 모른 채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들의 방법이 옳은 것은 아니었으나 브라질 빈민가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러한 인물들을 낳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일까, 부스까페가 남긴 제빼게노와 베네, 마네 갈리나, 그 밖의 모든 시티 오브 갓의 기록들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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