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파인즈가 고전으로 돌아온다는 이유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었던 영화다. 아이언 마스크 이후로 다시 고전에 등장하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연기파 알 파치노도 한몫했다. 그들의 연기는 여전히 훌륭하다. 연출 상 뚜걱거리는 면이 없지않았지만, 연기로 커버된다.
문제는, 이 영화의 "샤일록" 이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대사마다 그렇게 시를 읊어댄거라면 희극적 요소에 충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는 샤일록을 너무 인간적으로 만들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받고 모욕당했으며 딸과 재산까지 잃게 함으로서 그의 비인간적 복수심에 지나친 명분을 주었다. 다소 동정심과 연민을 이끌어내기까지 하는 그의 처지때문에, 재판 이후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외톨이 된 쓸쓸한 모습이 영화의 희극적 요소를 모두 잊어버리게 했다.
그럴바엔 제시카가 아버지를 찾아가 살펴모신다던가 하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줬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샤일록을 극악무도하게 그려 조금의 동정심조차 차단시키는 게 나았다. 그러면 영화가 통쾌하기라도 했을 것 같다. 새로운 시각까지는 좋았지만, 뒷수습을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알 파치노의 내면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일까..
극장을 나서며 찜찜한 기분이었다. 쓸쓸한 거리에 홀로 남겨져 외면당하는 샤일록의 마지막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포시아와 베사니오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며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