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들어진 <링>은 총 4편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2편에 해당되는 영화가 다른 감독에 의해 동시에 만들어졌었고, <링0>를 마지막으로 해서 일본 시리즈는 완결이 된 모양새에요. 이 중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만든 <링1, 2>를 바탕으로 해서 미국판 <링>이 완성됐었죠. 일본과 미국의 토양이 다르듯이 그 둘은 자신만의 특색을 지닙니다. 원혼의 성격이 짙었던 일본의 사다코는 미국으로 건너와서 전파 속에 구현된 상념의 성격을 띠게 되죠. 그것은 아무래도 합리성을 보다 더 따지는 헐리웃 영화의 특색이 반영된 탓일 거에요. 그렇다면 이번 <링2>는 어떨까요?
일본에서 나카다 히데오를 공수해 온 헐리웃은 <링2>를 새롭게 장식합니다. <링> 시리즈가 가진 비디오의 저주조차 초반을 장식하는데 이용될 뿐입니다. 이후의 전개 양상은 사랑과 몸을 빼앗기 위한 사마라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레이첼(나오미 왓츠) 모녀의 사투로 이어져요. 그 과정에서 TV, 사진기, 물 등의 일상적 소재가 공포를 전달하는 소재로 이용되면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재능을 스크린을 통해 엿볼 수 있죠.
그러나 <링2>의 한계는 바로 그 장점에서 비롯됩니다. 공포를 다루는 히데오 감독의 능숙한 솜씨는 여전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운 맛이 덜하거든요. 심하게 얘기하면 이번 <링2>는 자신이 예전에 만든 영화들의 이미지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다 썼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미국의 관객들에겐 그 이미지들이 눈에 쏙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참신하지 못한 이미지들인 셈이에요. 결국 히데오 감독과 헐리웃의 결합은 헐리웃 내에선 어느 정도 통했겠지만 바다 건너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이 땅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듯합니다. 세상엔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 법입니다. 나카다 히데오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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