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계절에 찾아온 같고도 다른 두 번째 사랑 - いま, 會いにゆきます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 영화를 처음 안 것은 모 사이트에서 시사회 페이지가 올라왔을 때였다. 모니터 시사회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왠지모를 호기심에 일본 영화 정보 있는 곳에 가서 조회를 해보고... 아직 국내에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일본 홈페이지에 가봤다. 알 수 없는 한문들 사이에... 예고편을 찾아 보는 순간 이 영화도 가슴 한켠을 아리게 만들 영화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배우들과 언어들임에도 들리는 음악이나 장면들이 눈과 귀를 잡아두었다고 할까... 오렌지 레인지의 꽃(花)는 듣고있으면 발을 살짝 움직이게 되는....
우선 영화는... 1년 전 병으로 죽은 아내가 말한 것처럼 비의 계절이 되면 아카이브별에서 돌아올꺼라 믿으며 비를 기다리는 타쿠미와 유우지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비를 기다리며 유우지는 매일 테루테루 보우즈(일본 대표 풍습 중 하나로 장마철에 날씨가 맑아지기를 기원하며 처마에 매다는 것)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맑은 날이 지나고 비의 계절이 다가오고, 1년 전 죽은 ‘미오’가 다시 돌아왔다... 자신이 누군지 모든 것을 잊은채...
전에 개봉 한 ‘환생’처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죽은 사람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영화를 이어가고 있다. 죽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 앞에 다시 나타나 자신들과 이야기를 하고 손으로 만질 수도 있다는 설정... 두 영화 모두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와 또 다시 사랑을 심어주고 떠난다. 유우지가 매달아 놓은 테루테루 보우즈가 하나씩 늘어가면서 서먹하던 미오와 유우지, 타쿠미는 예전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마지막 5개가 달려있는 빨래줄을 보면서 관객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미오는 자신이 비의 계절이 끝나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오가 떠나야 함을 깨닫게 되면서 영화를 보면서 웃었던 감정들이 점점 슬픔으로 변했다. 웃고있음에도 가슴 한켠에서 슬픔이 느껴지는 이별을 향해 가는 시간들... 미오가 서먹했던 감정에서 다시 사랑을 느껴가듯이 나도 미오와 동화되듯 미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느낌... 비의 계절이 끝나고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을때... 점점 변해온 음악들처럼 감정은 행복에서 슬픔으로 바뀌어있었다. 미오와 타쿠미의 연애시절 이야기와 유우지와 행복했던 6주간의 시간들이 곁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그들의 이별이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별인 것처럼 슬픔으로 다가왔다. 짝사랑이고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절임을 알게되는 마지막 미오의 일기장으로 인해서... 수그러들었던 슬픔이 저 밑에서 조금씩 비가 내리듯 내리고 있음을....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로 기록되었던 이치카와 타쿠지 (市川拓司)의 <14개월~아내가 아이에게 돌아온다(14ヶ月~妻が子供に還っていく)>를 원작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화면으로 일본 영화의 장기인 행복과 슬픔을 동시에 잘 표현해 냈으며, ost로 쓰인 곡들 또한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 오리곤 차트 1위를 기록했던 오렌지 레인지의 주제곡 꽃<花>는 영화를 보기 전이나 보고 난 뒤에도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영화를 보고 비의 계절이 어둡고 축축한 계절만이 아니라 아름답고 행복한 계절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있는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고 가슴 속에 묻고 있는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슬픔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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