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했다.
콧 끝 시큰해지는 바람이 불어 더더욱 그랬다.
나는 무척이나 가을을 타는 법이다.
하지만 올핸, 가을의 우울함을 즐기기도 전에 겨울이 왔다.
그래서 더욱 더 나는 슬퍼졌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것이, 산다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나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경계에 서 있었다.
정신을 차리라고....
알 수없는 내안의 누군가가 끊임없이 명령했다.
산다는게 뭘까...
진심으로 나는 알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나만 베베꼬인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것은 아닐까.
이러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면 어떻하지...
나는 엄마를 잃은 아이마냥 극도로 불안해졌다.
그러다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필연이었을까.
그는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었다.
너만 혼란스러운것이 아니라고.
우리 모두가 그 길을 걷고 있다고.
다만 겉으로 내보이지 않을뿐이라고.
이제부터 찾아보라고...
일시적으로 난 용기를 얻은 듯하다.
하지만 그 근원을 찾지 못하는 한, 난 계속 이러하겠지.
하지만 재촉하진 않을 것이다.
감독이 그러내고자 했던 인간의 실상처럼,
우린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추구하고자 한다.
바로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는 그에게서 나는 조금의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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