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영화는 "맨 온 파이어"입니다.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게다가 영상의 내공도 뛰어나 한순간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그런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이 영화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즐겨도 되는 영화를 꼭 이렇게 재미없게 보는 것은 습관인지, 아니면 병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한 퇴역(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젊은)한 특공부대 출신 술주정꾼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무슨 이유인지(영화에서는 이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지만, 그가 암살전문가였다는 사실로 살인에 관련된 것임을 짐작할 따름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잊어버리고자 떠돌며 술주정꾼이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함께 근무했던 선배를 만나러 멕시코로 갑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60분마다 1명씩 유괴가 되고, 유괴된 사람의 70%는 죽는다"라는 자막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이 할 일이 바로 이 유괴범과 싸우는 경호원일 것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그는 한 부잣집에 경호원으로 들어가고, 그 집의 무남독녀를 경호하는 업무를 맡게 되면서 영화가 진행이 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굳게 닫힌 한 남자이 마음을 발칙한 어린 소녀를 통해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려니 생각을 했습니다. 가능하면 모든 영화를 성장영화로 만들어버리려는 낯선사람의 습관이 발동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은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주인공은 주인집 소녀를 통해 잃었던 웃음을 찾고,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그러나 곧 소녀는 유괴를 당하고 그 과정 속에서 죽다 살아난 주인공이 유괴범들을 찾아가 복수한다는 그런 아메리칸 히어로의 영화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줄거리는 영화를 감상하시면서 따라가시면 될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불편하였더 것은, 한 소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이 남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당연하게 해치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범죄자입니다. 그러나 그 범죄자를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인터폴 출신의 경찰국장 마저도 주인공이 이런 살육행위를 방관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이 당한 9.11이라는 아픔은 비록 미국인이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충격이고, 또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죽인 것을 복수하기 위해 당연히 지켜져야 할 국제법과,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미국이 일방주의가 바로 이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영화는 미국의 복수는 당연하다. 너희들은 잠자코 보기만 해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주인공이 고용된 집은 멕시코인 남편과 미국인 아내가 구성원입니다. 이 또한 상당히 의미심장한 구성으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스포일러성이 짙기 때문에 하지 않겠습니다만, 심각한 인종주의적 편견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맨 온 파이어..
영화 자체의 구성과 빠른 영상 전개는 정말 볼만한 것이었습니다만, 그 영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불온한 것이 아니었는가가 보고난 나의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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