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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 집착의 끝... 얼굴없는 미녀
tuxlove 2004-08-08 오후 9:03:06 1706   [7]

8.4일 드디어 "얼굴 없는 미녀"를 보는 날이다. 카페 홍익님께 교통편이 편한 허리우드
표로 양도 받아서 편하게 왔다. 같이 가기로했던 후배가 갑자기 양평에 가는 바람에
혼자 보는 상황이 발생. 아직 영화 혼자 보는거 익숙하지 않다. 홍익임이 주신 표를
해당 부스에서 받고 담배를 피우는데 태양님이 다가오더군요. 반가웠죠, 잠시 얘기를
나누고 다시 태양님은 일행에게로 갔고, 난 또 혼자... 상영시간이 되었고, 난 극장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옆자리에 가방을 앉혔다. 이렇게 해야 조금은 덜 어색하다.

지수가 컴퓨터 앞에 앉아 미친듯이 글을 쓰고있다. 방안은 컴퓨터 자판의 달각거리는
소리와 담배연기로 가득하다. 국어시간에 배운 이상의 자동기술법 마냥 지수의 글은
막힘없이 없이, 그러나 그다지 논리적이진 않게 술술 써지고 있다. 글을 쓸때 지수는
행복하다. 지수는 자신의 글을 출판 하려고 열심히 쓰고 또 써서 가지고 가나 매번 거절
당한다. 지수는 글을 쓸때만 행복하다. 사랑에 버림 받은 아픈 기억을 안고, 애인이 있는
민석과의 회의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지수... 점점 이상해져가는 그녀, 결국 어느날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되고 보다 못한 남편 민석은 이상 증세를 보이는 부인을 정신과의사 석원
에게 데리고 간다. 석원은 지수를 "경계선 인격 장애"로 진단한다. 지수와 석원의 첫 만남.
분명 상황은 지수는 환자, 석원은 의사다.

지수는 치료 받으려는 의지가 없다. 자신이 환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우려는 사람
과 도움을 거절하는 사람. 사실 석원도 도움이 필요한 보통 사람이다. 동료의사였던 부인은
의료과실로 인해 자살을했고 내연의 남자도 있었다. 부인이 죽고난 뒤로도 부인의
전화기에 어떤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석원은 전화를 항상 받아준다. 그러나 아무 말
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를 더 괴롭히는 잔인함을 보인다. 석원은 그렇게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지수는 계속해서 치료를 받으라는 석원의 말을 무시한체 그냥 자신을 방치한다.
석원도 더 이상 현실에서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부인의 남자에게 부인의 전화기를
건네주고 병원을 떠난다. 1년후... 석원은 자신의 병원을 개업하면서 등졌던 세상으로 나와
외로운 삶을 시작한다. 우연한 기회에 석원과 지수는 다시 만나게 되고, 지수는 석원의
병원을 다시 찾게 된다.

지수는 병원을 둘러보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외로우신가보네요 선생님"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부인 사진을 보며 이것 저것 묻는다. 석원은 부인이 마취과 의사이며, 공부하기
위해 존스홉킨스에 가 있다고, 1년간 미국에 가서 남편 노릇좀 하고 왔다고 지수에게
말한다. 물론 거짓말이다. 석원은 지수에게 치료 받으라고 계속 권한다. 지수는 석원에게
서 외로움을 느꼈고 석원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안다. 지수는 석원에게 "선생님 거짓말
게임 계속 할까요?"라며 조건부 치료를 제안한다. 마음을 닫고 상처를 감추고 있는 석원
에게 지수는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처를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석원은 부인이 자신
과 결혼 생활이 원만치 못했고 내연의 남자도 있었으며, 의료과실 사고와 여러 문제로 자살
했다는 얘기를 지수에게 털어 놓는다. 지수도 자신의 상처를 석원에게 하나씩 꺼내기 시작
한다. 이제 둘은 서로 환자이며, 서로에게 의사이다.

지수는 자신의 문제와 결혼 생활을 견디다 못해서 민석에게 이혼을 제의한다. 외환 딜러인
민석은 직장  동료인 내연의 여자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여자는 "일이 쉽게 되었네"라며
민석에게 어떻게 할지 묻는다. 민석은 그녀의 이혼 제의를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여자와의 만남을 끝낸다. 민석의 마음이 참 묘하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나쁘지도, 아주 착하지도 않은 그런 존재다. 민석은 그 후로 지수에게 좀더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지수도 착실히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지수는 오늘도 석원의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의 건반 계단을 지나서 석원 앞에 앉는 지수. 지수의 마음속 상처를 듣기위해
석원은 최면 치료를 권유하고 지수는 이에 동의한다. 최면에 빠진 지수는 아픈 기억에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석원은 최면 상태에서 지난 사랑을 회상하는 지수의 아름다운
모습과 누군가를 갈망하는 그녀의 몸짓에 흔들린다. 결국 석원은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최면속의 지수와 관계를 갖는다. 이후로도 최면 치료는 계속 되었고 지수는 자신의
상처를 얘기하고, 석원은 그녀와 관계를 계속한다.

지수는 그런대로 치료가 되어가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석원, 문득 석원은 "최면상태가 아니라도 그녀가 날 사랑할까?"라고
생각하고 확인하려 한다. 석원은 사랑에 참 서툴다. 서툰 사랑에 자신이 상처 받기를 지독히
무서워하는 자신이지만 지수에게만은 용기를 내어본다. 그러나 석원의 사랑을 지수는 받아
들이지 않는다. 지수는 이제는 지난 상처를 털어버리고 남편 민석과의 새로운 출발을 약속
하고, 더이상 석원의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녀가 없는 시간은 석원에게 너무 힘들다.
항상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오던 그 행복한 병원의 "건반계단"엔 더 이상 그녀가 오지 않는다
그저 계단이 있고, 지수에대한 집착으로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 석원 자신이 있을뿐이다.
석원의 집착은 그녀에게 전화를해서 최면을 걸기에 이른다. 최면에 걸린 그녀, 저녁 8시가
되면 8송이의 붉은장미와 한송이의 하얀장미 다발을 들고 석원의 병원으로 온다. 석원은
지독한 외로움과 집착으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다.

그런데 왜 장미는 여덟 송이일까? 그리고 한송이 하얀장미의 의미는? 왜 그녀를 여덟시에
오게 했는가? 그리고 그녀가 지나오는 건반게단은 왜 여덟 계단이지? 8(八)이라는 숫자는
불교적 의미에서 부처님 최초설법인 세상을 밝게 하는 광명의 길로써 여덟 가지
바른길(八正道)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석원이 바른길로 돌아
오기를, 돌아 올 수 있음을 나타낸 것일까? 여기까진 너무 비약인가? 어쨌든 석원의
이런 행동은 반복 된다.

새출발을 다짐한 지수와 민석, 공항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기다린다. 무섭게 다가
오는 외로움, 그녀에대한 집착, 석원은 전화기를 든다. 지수는 다시 최면에 걸리고 공항에서
나와 석원의 병원으로 향한다. 지수는 공항에서 나와 오는 도중 대형 트레일러에 치어 참혹
하게 죽는다.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며칠이 걸릴 정도의 처참한 죽음... 아직 석원은
그녀의 죽음을 모른다. 석원은 그녀에게 계속 전화를 한다. 지수의 남편 민석은 석원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영화 처음의 석원처럼 아무말하지 않으며 석원을 더 미치게 만든다.

석원의 전화를 계속 무응답으로 받아주며 괴롭힌다. 석원이 부인의 남자에게 그랬듯이 이번
에는 민석의 복수라고 생각해두자. 부인과의 문제로 집중력이 떨어져 회사에서 퇴출 되었고
민석은 다시 복귀하게 되고, 민석은 석원을 만나서 전화기를 전해준다. 석원은 매일 환청,
환영에 시달리며 페인의 삶을 이어 간다. 그러던 어느날 석원의 앞에 교통사고 당시의 처참한
모습으로 지수가 나타난다. 물론 석원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영이다. 석원은 그녀를 보고
놀라 뒷걸음 치다 자신의 병원 건물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오랜만에 이런 류의 영화를 보았다. 영화 얘기 나올때마다 김혜수의 연기, 과감한 노출에
대해 떠들었지만 난 솔직히 처음부터 김혜수의 연기나 몸매는 관심 없었다. 영화에서 무엇을
얘기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고,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고, 어떤 영상들을
보여 줄 것인가에 관심이 있었다. 그렇다고 감독의 의도를 꼭 알아야겠다라던가, 영화가
보여주는 감독의 장치나, 화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보자라는 그런 강박에 시달리며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그저 편하게 보고, 가끔 인물들에 나를 대입 시켜보는 정도이다.

영화를 보며 느낀건 나에게는 석원의 면도, 지수의 면도 있다는 것이다. 지수와 석원의
것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이 말에 자유로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사랑 표현이 상대에게는 두려움과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상처 받기 싫고, 상처 주기 싫다고해서 사람과 관계를 끊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 어쩌지? 상처받지 않는 법, 상처 주지 않는 법을 누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아마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사는건 불가능일 것이다.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로 꼭 죽는건 아니다. 잘 치료하면 새 살이 돋아나고 언제 그랬냐는듯 말끔히 낫는
수 도 있다. 상처 준 사람도 반성하고 다음엔 안 그러려고 노력하면 되는 일 아닌가?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일방적인 나의 행동에 누군가 불편해
하지는 않는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으면 치료할 의지와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는지? 
한번쯤 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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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쓴 글을 읽으면서 영화속 장면들이 다시한번 떠올랐어요.   
2004-08-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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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미녀(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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