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다보고 나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었다. 과연 나에게 영화에서처럼 과거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재구성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올랐다. 그 때 조금만 더 공부했다면... 그 애한테 그 때 고백을 했더라면... 그 때 거기에는 가지 안았다면....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떠한 현실이 펼쳐질지는 나 자신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더 좋았을지 나빴을지는 지금의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가 한번쯤은 '만약에 그 때...' 라는 생각을 해 보지 않나 생각한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 속에서도 관객들에게 참신하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관객들의 그러한 점을 잘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돌려놓고 싶은 과거는 있는 법. 누가나 인생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현실이 고달프다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막연하게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 영화로 완전히 옮겨놓치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나의 모습을 찾는 사람도 적잖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들은 거의 대부분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었다. 그 때 내가 옳은 선택을 했어...라는 생각은 쉽사리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진정한 나비효과라는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놓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해 지지 않는다. 무고한 희생자를 구하자면 자기가 위험해 질 수 있고, 사랑을 택하면 우정이 도망가버리기도 한다. 결국 이게 인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잘된 부분이 있고, 잘되었다고 생각하면 무언가 또 다른 것이 삐걱거린다. 무엇이든 완벽한 인생은 없다. 어쩌면 그 모든 사슬을 끊어버리는 마지막 결말은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관객과 공유하고자 했던 감독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물론 감독판의 마지막 결말도 마찬가지다. 좀 더 암울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내가 없어서 모든 일이 생기지 않는 것과 애초에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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