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보니, 개봉 영화를 챙겨본 것이 <JSA> 이후 처음이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요즘 영화에 대해 흥미가 점점 줄어가고 있는 탓도 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내 남자의 로맨스>를 개봉하는 날 봐야겠다는 고집을 부렸고, 봤다.
영화는 냉정하게 말해 늘어지고, 지루하다. 김정은에게 바랬던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코믹 연기와 애교 섞인 사랑스러움이었고 김상경에게 바랬던 것은 청년에서 아저씨로
넘어가는 남자의 낯익음이었다. 하지만 둘 모두 그런 내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고
또 하나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오승현 역시 정결함이 지나치게 강조된 말투와 도도하지
못한 화면으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시나리오도 허점이 많았고 조연들 또한 그 수가
너무 많아 감초역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본 좋은 영화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이 영화에
대한 소감을 키보드를 두드리는 수고를 마다하면서까지 적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리라.
내 주변에는 남자의 프로포즈를 몇 년째 기다리는 여자도 있으며, 애인이 있는 남자를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유혹해서 얻는 여자도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때때로 의심하고
구걸되며 깨진다.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7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둘은 익숙해지고 기대하지 않게 되고 다른 마음에 반응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영화에서처럼 내 애인의 로맨스를 지켜주기 위해 애인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시간을 헤치며 상대방의 숨겨진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려 노력할 것이고 나와
함께하는 것이 그 사람의 무엇이 되도록 할 것이다. 비록 그 끝에 이르러, 녹록치 않은
현실에 다소 슬픈 결말을 맞더라도 나는 그와의 로맨스를 내 소중한 기억으로 묻어두고
삶을 살아갈 것이다. 바보처럼 오지 않는 그를 위해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
이 말을 적고 싶어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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