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기 싫었어' 나영에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그거 구질구질해 보일뿐이다. 재활용품을 집안에 들이고, 때밀이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어머니와 빚보증에 가산을 탕진해버린 그저 착하기만하고 힘없는 아버지. 나영은 이런 현실을 보기싫고 인정하기 싫어 '뉴질랜드'와 같은 파라다이스를 꿈꾼다.
그런 엄마 아빠에게도 꿈같이 순수하고 설래는 로맨스가 있었다니... 하리에서 만난 어머니는 우체부인 아버지를 좋아하는 마냥 순진한 처녀다. '사람은 착하고 봐야한다'는 그녀는 진국을 한 번 이라도 더 볼 심산으로 어린동생에게 읽지도 못할 편지심부름을 시키고, 해물전을 이웃에게 돌리기도 한다 .
진국도 연순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젖은 손으로 나오는 연순. 그런 연순의 뜻모를 사정을 어찌알았는지 선뜻 선생님을 자청한다. 전근을 통보받고 물질하는 연순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아픈 그녀를 위해 힘든 자신의 몸은 게으치 않고 혼자 배를 타고나아가 영험하다는 물을 길어온다.
그런 그 둘의 모습이 너무나 순수하고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영의 눈에는 '냉정한 현실'에서의 부모님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과거'에서 만난 그들 모습은 '구질구질'하기도 보다는 마냥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고두심이 나영의 남자친구에게 '돈 많이 벌어라. 너희가 현실을 아느냐'며 중얼거리는 대사 한 마디는 '순수했던 과거'와 '억척스러운 현실'을 연결하는 고리이다. 나영은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그 고리를 비로소 이해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전도연을 크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녀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1인 2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어린 연순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그녀는 역시나 대단한 배우인 것 같다.
원래 박해일 팬인 필자는 아~~ 너무나 멋진 진국에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에서 아픈 연순을 뒤로하며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그는 정말 타고난 연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꿈엔 자전거를 탄 그의 모습을 볼 듯 하다.
중간중간 감초처럼 등장하는 어린 영호삼촌의 말깔스런 노래연기와 '오라이~'와 '버스기념사진', '해녀들의 물질모습'과 같은 명대사와 명장면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구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부모님과 함께 보았다. 곳곳의 대사들이 송곳처럼 내 마음을 찔렀다. '부모님과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왠지 눈물이 또 날 것 같다. 앞으로 더 효도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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