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는 소망을 내비친다. 얼굴의 반대편에 있기에 타인은 유심한 시선을 보내지 않고 본인은 아예 잊고 사는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인어공주>에는 돌아앉은 남녀의 등을 응시하는 숏이 유난히도 많다. 티셔츠를 훌렁 벗고 탕에 들어가는 때밀이 어머니의 등, TV 앞에 멍하니 앉은 아버지의 등, 받아쓰기에 열중한 스무살 처녀의 웅크린 등, 마음 끌리는 처녀의 자맥질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집배원의 등. 그리고 이 모든 뒷모습들은 못나고 가난한 부모에게 절망한 딸이 엄마의 놀라운 ‘뒷모습’과 마주치는 여행 속에 흩어져 있다.
영화를 많이 보면 어느새 영화를 분석하게 된다.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 보자''
하지만 인어공주는 그 모든 관객의 ''의무''와 ''책임''을 지우게 하고 우체부가 뒤를 돌아보는순간 함께 ''하리''라는 섬마을에 빠지게 하고 그 환타지 속에 묻혀 조연순과 김진국의 진짜 사랑, 그리고 나영의 시선을 함께 느끼게 한다. 그렇다. 인어공주는 보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