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조연순의 모습과 나영의 아버지가 사는 모습, 또 나영이가 사는 모습은 우리 가족과 많이 닮아있다. 연순이 길에서 헌 가구를 주워 오는 장면에서 조연순의 행동과 이에대한 나영의 반응은 어찌나 우리집과 같은지... 우리 어머니는 참 억척 스럽고 검소하시다. 그런 어머니를 솔직히 부끄러워 했었다. 나영이 남자친구에게 "차라리 고아였음 좋겠어 이런 내심정을 알기나해" 라고 말하는데 난 이 대사에서 자유로울 수없었다. 저 참 나쁘죠?
빚보증 때문에 어려워진 집안 형편으로 나영은 대학진학에 좌절한다. "학교는 나중에 가도 된다"는 말로 연순과 나영은 서로의 마음을 달랜다. 이 말을 하는 연순의 심정은, 그리고 받아들이는 나영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리집은 어려워도 내 학업에 관한 부분은 내가 원하는 만큼 충족을 시켜 주었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로인해 부모님이 많이 힘드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역시 맘이 아팠다.
빚보증 잘못서서 집을 어렵게 만들고, 연순에게 모진 소리를 들어가며 하루 하루를 보내던 나영의 아버지는 많이 힘들어 하시다가 불현듯 퇴직을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나영은 아버지가 큰 병에 걸린걸 알게 되고, 그래서 좋은 기회였던 뉴질랜드 연수를 포기하고 아버지가 갔을 곳이라고 예상되는 어머니의 고향이자 어머니와 아버지의 로맨스가있는 "하리"라는 섬으로 발길을 돌린다. "여행은 나중에 가도 된다" 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부끄럽지만 아마 뉴질랜드 갔을거다. "아버진 나중에 찾아도 된다" 그러면서 말이다. 실제로 그와 비슷한 행동을 많이했다. 후회가 됩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
하리에서 영화는 판타지로 빠져든다. 나영은 어머니의 고향 마을인 하리에서 젊은 시절의 어머니 즉 연순과 만나게 된다. 영화 보기전 이런 구성이 유치 할거라 생각했는데 보고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영은 그 곳에서 젊은 시절의 어머니와 아버지 즉, 조연순과 김진국의 로맨스를 보게 되고 상스럽고, 억척스럽기만한 어머니의 순박하고 여린 모습을 보게 된다.
연순은 해녀이고 까막눈, 진국은 섬에서 근무하는 집배원이다. 연순은 항상 미소를 띄고, 친절하고 마음이 착한 진국을 내심 좋아하게 된다. 그 사람을 한번 이라도 더 보고 한마디라도 말을 건네기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한다. 뭍에있는 동생에게 한통에 100원씩 주기로하고 계속 편지를 하라고 주문을해서 그 사람을 매일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방학이 되니 동생이 집에 오게 되고 더이상 편지는 올 수가 없게 된다. 여기서 연순은 사랑을 위해서 깜찍한 계획을 단행한다. 온마을에 해물전을 돌리고, 빈 그릇은 인편으로(우체부에게)보내라고 당부한다. 참 예쁘다.
이런 연순의 마음을 아는지 진국도 연순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느날 진국은 연순에게 소포가 왔다며 건넨다. 그건 진국이 연순에게 보내는 소포였다. 책과 공책이었다. 연순이 그렇게 감추려고했지만 까막눈인걸 들켜 버렸다. 진국은 이름 쓰게 될때까지 자기가 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연순은 까막눈이 들킨게 진국에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런 맘 보다는 진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컷고, 그렇게 배려해주는 진국에게 글 배우기를 약속한다. 연순은 진국에게 글배우는게 매일 즐겁다. 진국의 말 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즐거워한다. 매일 매일이 즐겁다.
그러던 어느날 진국의 전근 발령 소식을 듣고 연순은 많이 괴로워한다, 괴로운 맘에 물질을 무리하게하다가 익사할뻔하고 몸져 눕게 된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진국은 아픈사람에게 효험이 있다는 물을 비오듯 땀을 흘리며 멀리서까지 밤새 길어다주며 맘속으로 많이 걱정해준다. 결국 연순과 진국의 로맨스는 이루어지고, 과거의 연순과 진국의 로맨스와 순박했던 그네들의 모습을 본 나영은 어머니와 화해를하게 된다. 어머니처럼 살기 싫다며 꺼리던 결혼을 결국은 해서 연순도 행복하게 살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이 된다.
나는 진국처럼 "사랑하는 이가 아플때 이렇게 진심을로 대해 주었는가?" 라고 자문해본다. 난 그러지 못했다. 난 너무 어설프게 사랑을했고 그 때문에 그 사람을 더 아프고 힘들게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했다고 하지만, 요즘 많은 생각을 다시해본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날 사랑했다는것, 또 나를 많이 배려해 주었다는 사실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고마워하면서 살아갈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혹시라도 돌아온다면 진짜 사랑을 할 각오를 다시 한번 다져본다. 기회가 안 온다면 후회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평생을 살고싶다. 사랑은 좋은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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