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의 공통된 결말은 ‘그들은 그 이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였다. 한 해, 두 해 살아가면서 드는 생각들은 이 ‘오래오래 행복하게’라는 말이 ‘삶’과 연결되면 이미 현실성이 결여돼 버린다는 것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다고 낙이 항상, 오래오래 지속되는 것이 세상 이치는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화와 복이 순환하여 세상 일을 알 수 없다는 ‘새옹지마’라는 말에는 세월을 보내면 보낼수록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슈렉]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익히 보아와서 책을 보지 않고도 구연할 수 있는 동화 속 인물들을 조연으로 등장시키지만 그 동화 속 이야기를 180도로 뒤집어 놓아 관객들로 하여금 뒤통수를 맞는 것의 즐거움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3년 만에 만들어진 [슈렉]의 속편역시 뒤통수를 맞는 것이 아주 즐겁고 유쾌한 영화다. 여기에 덧붙여 ‘오래 오래 행복하게’라는 편리한 마무리를 제시하는 여타의 동화와 달리 살아내는 것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슈렉] 1편에서 커플이 된 슈렉과 피오나는 결혼을 하면서 이제는 앞날 창창하게 행복하게 잘 살겠지라고 생각할 관객의 예상을 뒤엎고 그들이 현실 속에 살아있는 캐릭터임을 다시 한번 과시한다.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결혼 후에 상황이 [슈렉 2]에서도 진행된다. 처가를 방문했다가 서운한 대우를 받는 슈렉과 둘의 사랑에 대해 재확인하게 되는 슈렉과 피오나를 보고 있자면 [슈렉]시리즈가 여느 애니메이션이나 극영화보다 훨씬 현실에 발을 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해피 엔딩이지만, 이 ‘해피’가 영원한 ‘해피’가 아닐 것이며, 진정한 ‘엔딩’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슈렉과 피오나, 동키, 장화 신은 고양이 및 주변 캐릭터들은 또 다시 현실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고 또 풀어나가면서 화와 복을 되풀이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드림웍스는 [슈렉]을 4편까지 구상하고 있다니 이어질 시리즈에서도 그들이 ‘해피 에버 에프터’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현실에 발을 대고 있고, 상상의 허를 찌르는 [슈렉2]는 그래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정설 또한 완전히 박살을 낼 정도로 완성도 있으며 재미도 있다. [반지의 제왕] [지상에서 영원으로] [스파이더 맨] [미션 임파서블] 등의 영화 패러디 장면과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장면(요정 대모가 피오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법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1편보다 강화된 캐릭터의 등장 등은 한 순간도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꽉 쥐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장편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4억불 이상의 매표 수입을 거둘 것이 확실한 [슈렉2]. 권위있는 칸 영화제가 1, 2편 모두를 경쟁부문에 올렸던 것엔 분명 이유가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 준 아주 유쾌한 영화다. 분명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을 뭔가 특별한 것이 가득 담긴 [슈렉2]는 올 여름 관객의 더위를 확실히 식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