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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진실한 해피엔딩을 선사하는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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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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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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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0 오후 6:2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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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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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누가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패러디가 등장할 줄 알았겠는가? 그 누가 아리따운 공주가 매트릭스 액션을 구사할 줄 알았겠는가? 그 누가 밤에는 괴물이 되는 저주를 받은 공주가 저주가 풀리면서 밤이나 낮이나 괴물인 모습으로 고정될 수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러모로 <슈렉> 1편은 허를 찌르는 면이 많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슈렉 2>는 전편에 비해 허를 찌르는 즐거움은 줄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전편과는 또 다른 방식을 관객을 피할 수 없는 즐거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올해 들어 이만큼 보고 나서 행복감을 느낀 영화도 없었다. 쉽게 말해서, 이 영화 <슈렉 2>는 올 여름 당신이 접하게 될 그 수많은 기대작들 중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될 영화다.
내용은 정확히 1편이 끝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파콰드 영주의 계략에 맞서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던 슈렉과 피오나 공주. 그들은 결혼을 해서 신혼의 단꿈에 빠져 행복에 젖어 있는 중이다. 절대반지를 만들었던 그 대장간(?)에서 만든 결혼반지를 통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에서 커플룩 수영복을 입고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고, 사냥꾼들의 덫에 걸려 올가미에 매달려도 그들의 사랑의 속삭임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이렇게 황홀경에 빠져있을 때, 자타가 공인하는 살인적인 외모와 머릿결, 용맹함을 지닌 '프린스 차밍'은 눈발 날리는 산맥과 햇볕이 모래를 태우는 사막을 지나 뼈빠지게 공주가 갇혀'있었던' 탑에 왔건만 그곳에 공주는 없고 암수 불명의 늑대 한마리만 누워 있을 뿐이다. 무언가 잘못 된 것일까? 신혼의 단꿈에서 헤어나올 줄을 모르던 이 슈렉 부부에게 어명이 내려오니, 피오나 공주 더러 새로운 신랑과 함께 고향인 '겁나먼' 왕국을 방문하라는 것이다. '혹시나' 하며 왕국을 찾아간 부부는 '역시나' 왕국 사람들과 부모님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역시나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피오나 공주의 아버지이자 왕국의 왕은 이 모든 상태를 되돌려 놓으라는 프린스 차밍의 엄마이자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 '요정 대모'의 명령에 자객을 풀어놓는데... 과연 이들은 그렇게 바라던 '해필리 에버 애프터'한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선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폭소의 힘은 전편과 마찬가지로(혹은 그 이상으로) 여전히 강력한데, 그것도 참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영화 초반 신혼 장면에서만 <반지의 제왕>, <지상에서 영원으로>, <스파이더 맨>등의 영화를 패러디해 기를 쏙 빼놓는가 하면, 그 이후로도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2> 등 쟁쟁한 대작들의 패러디 향연이 계속된다. 1편에서 맛보기 수준으로 패러디가 보여졌다면 2편에선 만만치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것 뿐이 아니다.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 또한 다양한 웃음을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는 뭐니뭐니해도 왕이 비장의 카드로 낸다고 낸 허접 킬러 '장화신은 고양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 귀여움과 주책은 이 영화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공격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를 풀게 하기 위해 쏘는 초강력 애교 눈빛하며(이 눈빛이 딱 두장면 나오는데, 자지러지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나름대로 섹시한 모습을 보인답시고 목소리를 잔뜩 깔며 으르렁거리다가 털뭉치가 목에 걸려 발작 가까운 몸부림을 일으키는 모습하며, 그 주책맞으면서도 미워하기는커녕 애완동물 삼아 집에 데려다 키우고 싶은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또 하나 웃음을 선사하는 요소는 곳곳에 숨어 있는 변함 없는 풍자 정신이다. 낭만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지던 왕국 무도회는 상업적인 티가 풀풀 나는 아카데미 시상식 분위기로 탈바꿈하고, 왕국 내의 모습도 우리가 상상하던 바와는 달리 베벌리 힐즈의 분위기를 그대로 빼다박은 듯한 모습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라푼젤',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의 동화 속 캐릭터들의 집은 하나같이 번지르르한 겉모양을 과시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천사같은 존재로만 그려지던 요정은 자신의 마법을 상대방을 협박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한다. 신비로운 물약도 이 영화에선 전형적인 현대 산업화를 거친 대량 생산체제를 갖춰 다양한 품종의 물약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처럼 마구 생산해낸다. 보기에는 그저 즐겁기한 한 영화이면서도 현대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와 상업주의, 헐리웃 연예계의 허세를 풍자하는 면이 만만치 않게 날카로운 것이다.
그러나 난 그저 웃음만 선사할 줄 알았던 이 영화에서 의외로 상당한 양의 감동도 받았다. 이 감동은 두 주인공 슈렉과 피오나의 다양한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데, 우선 이들은 결혼을 한 만큼 전편에서처럼 말썽만 일으키는 문제아는 더 이상 아니다. 오히려 더 현명해졌다. 화해하고 좋은 사이로 나아가길 바랐는데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아버지와 남편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는 피오나의 모습, 그동안 몰래 써왔던, 꿈에서나 그리는 멋진 왕자가 맺어지길 소원했던 과거의 마음이 담긴 피오나의 일기를 보면서 자신의 현재 모습이 정말 피오나에게 진정 행복을 가져다 주고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되는 슈렉의 모습은, 이 영화가 분명 동화나라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공감과 마음의 울림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나 다른 분들은 몰라도 나는 엔딩에서 매우 흐뭇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피오나의 행복을 위해 얼짱 외모가 되기로 결심하고 '영원한행복' 물약을 마셔 매력남이 된 슈렉. 자정이 되기 전에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나누면 영원히 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들은 결국 키스를 하지 않는다. 괴물이었지만 예전의 그 모습이 진실로 사랑했을 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법의 물약이 선사할 새로운 미래를 애써 거부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슈렉과 피오나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애틋한 감정을 심어주었다. 외모는 보잘 것 없어도 그들의 그때 모습은 어느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어떤 이들은 역시나 헐리우드식 해피엔딩이라고도 하겠지만, 나는 이 엔딩이 또 다른 방식의 새로운 엔딩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여러가지 영화 속에서 항상 잘생기고 예쁜 남녀들의 해피엔딩만 보아와서 그럴까, 못생긴 이 괴물 커플의 해피엔딩은 한편으론 색다르면서도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영화 속에서 요정 대모는 '괴물에게 해피엔딩이란 없다!'는 사실을 그토록 강조하긴 했지만 역시나 그말은 틀린 말이다. 언제나 꽃미남 꽃미녀들만 등장시켜 해피엔딩으로 끝맺음으로써 동경심을 심어주면서도 한편은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을 더욱 자괴감에 빠뜨리는 대다수의 영화들 속에서, 이 영화는 참으로 진실한 해피엔딩을 선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2편을 보면서 이 <슈렉> 시리즈의 매력을 다시 한번 뼛속 깊이 느꼈다. 날카로운 풍자 정신을 갖추었으면서도 언제나 밑바닥에는 사랑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일관하는 모습이 이 <슈렉> 시리즈의 매력이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즐거우면서도, 끝나고 나면 그 따뜻한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감이 찾아온다면, 9편,10편이 만들어져도 그때마다 난 극장을 찾으리라.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헐리우드 상업영화 중에서, 그들에게 돈을 주면서도 이토록 행복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는 참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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