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가 이렇게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포르코 로소 보러 가자"
"어떤 영화인데?"
"전쟁 영화래."
"이거 붉은 돼지잖아. 봤어. 애들 만화야"
이런 사오정 대화를 많이도 만들어낸 만화영화다.
이 영화의 핵심은 지극히 사내들의 이야기이라는 것일게다.
이 감독의 다른 만화영화들 처럼 주인공으로 어린 여성을 등장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아이 중심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기도록 만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가만히 드려다 보고 있으면, 오직 한 사내의 씁쓸한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린애들 만화영화 같이 그것도 아주 유치하고,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고난이도 지능 게임을 즐기는, 현란한 영화 테크닉들이 난무하는 그런 영화들에 길드려진 몇몇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로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들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치하다. 아니,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과장되고 허무맹랑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는 이미 영화속의 포르코가 되어 꿈을 꾸고 있다. 파시즘도 싫고, 국법도 싫고, 그저 파란 지중해 해변에 느러지게 누워 흘러간 옛 노래를 들으면서, 술 한잔에 취해 있는....
이 영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바그다드 까페'가 개봉 되었을 때, 일상에 찌들린 아줌마들의 입에 꽤 많이 오르내렸다. 이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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