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보은]은 기다리던 애니였고,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나는 이미 이 곳에 나와 있었다.
[귀를 귀울이면]에서 살짝 나온 그러나 그냥 스치기 어려운 내공이 보이던 고양이 남작에 대한 애니라서 더욱 기다렸나보다. 우선 멋지게 생기지 않았느냐 말이다..홋.
그리고 개봉한지 이미 해를 넘기고 나서야 이렇게 보게 되었다.
나처럼 애니, 그것이 저패니매이션이든 그 어느 3세계의 애니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 강추이다.
비록 뭔가 대단한 것이 펼쳐질 듯 남작 '바론'의 까마귀 고공 묘기 비행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고, 그저 귀여운 악동일 뿐이었던 짝짝이 눈 고양이 대왕과 너무나 멋진 바론의 대결이 고양이 대왕의 체통을 잃은 하반신 누드로 허무하게 끝났고, 주인공 ‘하루’가 다시 인간 세상에 나가지 못하게 짜여지는 사태들이 유아적 수준에 그 과정도 또한 당치않게 시시했지만, 여주인공 '하루'- 맹하게 착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저 귀엽지도 않던, 아..맹해서 귀여웠던가...- 가 그렇게나(!) 고민하던 억지 결혼의 대상 고양이 왕자도 '맹진사댁 경사'의 김판사댁 도령처럼 흠잡을 데 없이 멋졌지만 말이다. 사실 인간과 고양이의 애끓는 사랑이야기였으면 더욱 좋았을라나? 고양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뭐 별로 문제도 없을 듯한 캐릭터였다, 그 왕자는. 아! 고양이라는 것이 바로 문제였나? ...암튼.
‘자신을 잃은 고양이들’이 사는 고양이 나라. 그렇다면 ‘자신을 잃지 않은 고양이들’과 그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그림 상으로는 아무 생각없이 평온하게 그저 쉬고 먹고 맘편히 사는 고양이들과 아직은 야성의...라고 하기에는 조금 뭣한 도둑고양이 특유의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아직은 위험이 뭔지 정의가 뭔지를 아는 고양이들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아쉬워라...자신을 잃은 자와 자신을 잃지 않은자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름을 잊지 않은 덕분에 자신을 잃지 않고 부모님을 구해 인간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던 치히로와 그녀 덕에 자신의 이름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를 찾아 다시 강의 신이 된 ‘하쿠’의 이야기가 어찌 [고양이의 보은]에서는 냄새만 풍기고 말았단 말인가. 베끼기였던가? 아...바론이여...차라리 말을 말 것을...
웃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왕명에 의해 그 자리에서 여기 우즈벡의 ‘미나레따 - 높이가 수십미터까지 달하는 이 건축물은 당시 범죄자의 사형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강제 추락 사형방법이라고나 할까-처럼 수십 미터의 높이 성에서 밖으로 바로 던져짐을 당하더군. 그렇다면 그 것은 독재 군주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그러기에는 캐릭터도 설정도 또 시간도 너무 들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무척이나 심도있을 수 있는 사안들을 깔아 놓고는 채 마무리 안하고 아이들에게도 무리가 없는 그저 예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놓았다.
캐릭터. 살아나지 않은 캐릭터가 이 애니매이션의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닌가 한다. 줄곧 정의의 사도로 군림한 괴도루팡의 고양이 버전 같은 멋진 남작 ‘바론’을 제외한다면 모든 캐릭터들이 그저 주욱 나열되어 자신의 성격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하나씩 놓고 보면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들이지만 모두 모여 놓으면 다들 너무 화려해서 모두 색깔이 죽는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 생각없는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하루’의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다. 생긴 것은 [아즈망가 대마왕]의 캐릭터들과 비슷하게 생겨서는 정말 희미한 녀석이었다. 혹자는 ‘하루’의 일상을 빌어 따분한 생활을 ‘고양이 나라’ 방문으로 탈출해 보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어디 그것이 따분하단 말인가? 게다가 그렇게 간 ‘고양이 나라’에 어떤 특별하고 강렬한 매력이 있더란 말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으려는 노력에 점수를 주자고 해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사실 이렇게 조금 더 조금 더 말이다. 조금 더 뭔가를 원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현실'이 아닌 '환상'을 보기위해 애니를 보는 것이니만큼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바론' 남작이 주인공인 좀더 쎈 애니가 한 편 나와서 이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메꾸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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