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간장선생 아카기가 아니라 소노코라고 생각된다. 간장선생의 간염에 정복에 대한 집념도 영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소노코의 사랑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닫는다. 창녀라는 직업으로부터, 나이차라는 멍에로부터, 모든 현실의 장애물에도 상관없는 진심어린 사랑. 이 영화의 진정한 뜻이 아닐까?
예전에 잃은 황석영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소설이 있다. 월남 참전을 하는 군인이 한국을 떠나기 전 배를 타러 가는 길에서 창녀에게 꽃을 수놓은 손수건을 선물 받는다. 이 창녀는 군부대 주위에 몸을 파는 여자로 이 병사가 외박 때마다 정을 주던 여인이었다. 이 병사는 군함이 떠나자 손수건을 보다가 그냥 바다에 던져 버리고 만다. 월남전을 마치고 돌아와서 생활하는 주인공은 이 때 손수건을 버린 것을 계속 후회하며 생활한다. 그 때는 나이가 어려 그 손수건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몰랐음을 후회하면서...
간장 선생을 사랑하는 소노코.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은 나이도, 직업도 아무 것도 막을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 어린 창녀 소노코. 그러나 소노코는 사랑의 본질을 알고 있는 창녀이다. 다른 사람의 아픈 곳을 감싸줄 수 있는 소녀, 또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간장 선생의 진정한 휴머니티를 사랑하며 그 감정을 나름대로 표현하는 소노코의 모습이 가슴에 와 닫는다. 간장 선생을 위해 고래를 잡기 위해 바닷속에 뛰어들어간 장면을 정말 멋있고 낭만적이었다. 파란 바닷물 속에 거대한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 그 고래를 작살로 찍은 후 줄을 잡고 끌려가는 소노코의 모습. 자그마한 어촌의 모습과 어울어져 가슴에 남을 장면이었다.